「방콕」에 과시된 한국의 젊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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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회적 참변의 접종 등으로 얼룩질 대로 얼룩졌던 이해도 다 저물어 가는 이때, 상하의 나라 태국으로 원정 갔던 우리 선수단들의 선전 격투하는 모습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스산했던 국민의 심정에도 때아닌 꽃이 만발한 듯한 흐뭇함이 솟아 나오고 있는 듯 하다.
지난 9일부터 개막된 제6회 아시아 경기대합에 참가한 우리대표선수단(1백72명) 일행은 그 동안 종목마다 눈부신 전적을 올려 16일 현재 이미 금메달 13개·은 9개·동 19개 등을 획득하고, 16개 참가국 중 종합 순위 2위의 자리를 굳힌 것이다.
우리 선수단의 이와 같은 전적은 주로 권투와 역도, 사격 등 우리가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었던 개인기 부문에서의 선전 감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수영 부문에서 조오련 선수가 4백m 및 1천5백m, 자유형 경기에서 각각 우승하여 2관 왕의 영예를 차지하고, 송재웅 선수가 하이·다이빙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우리 나라 자신은 물론, 세계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스코어를 기록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데뷔 한지 불과 1년 약관 18세의 시골뜨기 소년 조오련 군은 이렇다할 정규 트레이닝·코스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한 한국기록의 갱신만도 15개에 이르고, 이번 대회에서 역시 남자 자유형 400m 및 1,500m의 아주 기록을 깨뜨리고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것은 마치 혜성의 출현을 본 듯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조 군의 영광은 비단 그 자신의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한국수영의 장래에 찬연한 빛을 던져준 신기원의 장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 전체의 기쁨이요, 또한 희망의 상징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줄 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저 수영이 하고 싶어 무작정 상경했다는 이 시골 소년의 재질을 남몰래 발견하고 그 열의에 감동되어 사재를 털어 가면서 그 뒷바라지를 해준 장형숙·원종열·정일영씨 등 이웃 시민의 오직 선의에서부터 우러나온 의협심과 민주 시민적 협조 정신을 치하하면서 이들 세 시민이 보여준 귀감이야말로 비단 체육계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 국가사회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함께 본받아야 할 민주시민다운 행동의 증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조오련 군은 2관 왕이 된 기쁨을 묻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제 2의 손기정이 되련 다고 소리쳤다 하거니와, 이처럼 언제나 보다 높은 정상에로의 도전을 위해 쉴새없이 노력하고 격투하는 정신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스포츠를 통해 체득해야할 전진하는 국민으로서의 진취적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선수가 세운 4분20초2(4백m)·17분 25초7(1천5백m) 등의 기록은 세계 정상(4분2초8 및 15분57초1)까지에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지만, 미 구한 장래에 반드시 조 군에 의해 이 정상에의 꿈이 실현되고 말 것임을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변변한 연습장소도 없었고, 국제적인 명 코치의 도움 없이도 이번과 같은 천재를 발휘한 그의 나이가 아직 18세라는 것을 상기할 때, 그가 모든 스포츠의 완숙 피크 연령이라 할 수 있는 25세에 달할 때까지 그에게 국가와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도움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는 한국을 이끌고 정상에의 꿈을 실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큰 눈으로 볼 때, 조 선수뿐 아니라 우리 선수단 일동이 이번 아시아 대회를 통해 세계에 들려주고 있는 젊음의 찬가는 우리 국민 전체가 지금 막 전진의 조류를 타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아시아 대회의 슬로건인『영원한 전진』을 기약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중지를 모아 이 전진의 무드를 지속하기 위한 국가 사회 전체의 건강을 증진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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