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얼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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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송재웅>
하이·다이빙에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송재웅의 곡예예술은 너무나 값진 것이었다.
이 금메달은 한국이 58년 동경아시아경기대회이래 수영에서는 처음으로 12년만에 획득한 감격적인 것이다.
또 일본으로서는 아시아경기대회이래 다이빙에서 2위라는 굴욕을 감수한 쇼킹한 것.
올해 25세. 숭실 중학 때부터 다이빙을 시작, 동국대에 재학중인 송재웅은 현재 태능 국제수영장에 지도 원으로 있다.
동경올림픽을 비롯, 작년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 68년 멕시코·올림픽에 계속 한국대표선수로 출전한 송은 그 동안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한 외로운 다이버였지만 이번 송이 한국수영의 숙원을 달성한 것은 그 동안 일본인 코치 이와사씨와 재미교포 세미 이씨의 숨은 지도의 덕택이다.
그의 결점은 공간예술에 가깝다는 다이빙에서 발뻗기와 보드에서 떨어질 때 거꾸로 서는 것을 못했지만 그후 한국 다이빙 계의 선구자 이필중씨를 만나, 결정적인 결함을 보완했다.
이번 송의 영광된 금메달은 사실상 이런 결점을 보완시킨 이필중 코치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정이다.

<백옥자>
19·건국대 1년의 금메달은 너무나 눈물겨운 영광의 결실이다.
58년 제3회 동경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창훈이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육상에서 12년만에 개가를 올려준 백옥자는 허기와 가난을 딛고 일어선 메마른 육상계의 호프. 68년 인천 박문여고 재학시 체육회 신인 발굴로 픽·업 된 백 선수는 이해 제1회 한-일 고교 교환경기대회 때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후 그는 68년 멕시코·올림픽, 토리노·유니버시아드 등에 한국대표로 출전했으나 번번이 부진, 빛을 보지 못한 채 울분을 달래 왔다.
신장 1m75 체중 63㎏ 특수체질의 자이언트인 백옥자는 아버지 백자영씨(63·인천공설운동장 수위)와 어머니 문남심 여사(53)의 7남매 중 2녀. 그의 최고기록은 15m72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비가 쏟아져 14m57을 기록, 아시아 신기록과 함께 한국육상사상 처음으로 여자에서 금메달의 염원을 달성하고야 만 것.

<신현주>
사격 소구경 3자세 개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신현주(35·성북구 공릉동299)는 한국사격의 베테랑. 신 선수는 60년 그리스군인사격선수권대회에 첫 출전, 스탠더드 라이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후 동경올림픽대회,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계속 대표선수로 출전한 베테랑.
신 선수는 특히 소구 경 3자세 중 무릎 쏘기가 특기로 이날도 무릎 쏘기에서 호조, 금메달을 딴것. 신선수의 이번 우승은 사격 종목 중 소구 경 3자세 개인종목으로는 국제대회에서 처음이다.
특히 신 선수는 출발 2일전 부인이 심장병으로 졸도, 응급조치로 성 바오로 병원에 입원시켜놓고 출발했는데 그 동안 늘 부인의 신병에 대해 걱정, 안부편지를 보내곤 해 심리적으로 불안이 겹쳤지만 이를 극복, 노장다운 패기로 금메달을 차지하고 만 것. 현재 양지에 민간인 4급 공무원으로 근무, 1남2녀가 있다.
소구 경 3자세 단체전에서 이스라엘과 숨가쁜 각축 끝에 사격종목 중 첫 금메달을 차지한 남상완 허옥봉 배병기 신현주 등은 모두 한국사격을 대표하고 있는 간판 격인 맹장들이다.
모두 그리스 군인사격선수권대회를 비롯,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국제무대 노장들.
남상완(36·성북구 공릉동65)는 육군상사이며 배병기(34·동대문구 전농3동)는 해병대상사, 이밖에 허욱봉(36·성북구 공릉동25)은 경찰로 시경기동대에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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