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지연 반응] 청와대 "답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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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는 26일 고건(高建)총리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늦어지면서 하루 종일 국회 쪽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에서는 수시로 국회 쪽 분위기를 전달받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후 들어 특검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날 중 조각 발표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기도 했으나 시간이 늦춰지면서 27일 발표 쪽으로 기울었다.

청와대는 조심스럽게 행정공백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이 이틀이나 지난 상황에서 내각 명단을 발표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면서 "그렇다고 국회에서 하는 일이니 우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盧대통령이 책임총리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전 정부의 총리에게 장관 임명을 제청받을 수는 없다"면서 "고건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정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여야 관계가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면서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법 통과에 대해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검법은 국회에서 결정하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청와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부처들의 술렁임도 계속됐다.

법률상으로 임기가 계속되는 김석수(金碩洙)총리는 이날 "사실상 임기가 끝났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 도곡동 자택에 머물면서 근무를 했다. 다만 새 총리가 참석키로 예정돼 있던 이날 오후 '대통령 취임 재외동포 초청 리셉션'에는 高후보자를 대신해 직접 참석했다.

재경부 등 각 부처들도 내각 발표가 늦어지면서 무성한 하마평만 계속 나오는 가운데 일손을 잡지 못했다.

각 부처들은 청와대 비서실에 파견할 공무원 인선은 물론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한 결재도 모두 뒤로 미뤄놓고 있다.

한편 高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인준이 늦어지자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 채 동숭동 자책에 머물렀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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