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도발정치서 개발정치로 변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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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발정치’에서 ‘개발정치’로 바뀌고 있다.”

 최근 출판된 『기로에 선 북중관계』(사진)에서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이 주장한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위원장이 지난 1년간 도발정치를 펼쳤으나 3대 세습 체제가 안착하면서 경제 건설에 매진하는 개발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은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병진노선은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높임으로써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원산항과 갈마비행장, 마식령스키장 등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자 유치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간 400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금강산 관광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중린(李鍾林) 중국 옌볜(延邊)대 경제관리학원 원장은 “북한은 나선 경제개발구의 대외 통로로서 창·지·투 선도구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건설을 추진하고 식량 문제와 기초시설 낙후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계산이다. 북한은 나선 경제무역구를 국제 물류의 허브로 건설해 운수·무역·투자·금융·관광·서비스의 복합 기능을 갖춘 국제무역의 중심과 세계적 항구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우리 해군이 수거한 ‘은하 3호’의 주요 부품은 대부분이 북한 내에서 제작된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추정 비용은 외부의 기준일 뿐 실질적인 경제 부담은 예상치인 3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은 ‘저렴한 핵’이기에 더욱 위험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도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 정권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중 관계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향후 북·중 관계에서 중국은 북한에 연루되지 않고, 북한은 중국에 버림받지 않으려는 ‘동맹의 딜레마’가 양국 모두에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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