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이지원서 없앤 흔적 국가기록원으로 넘기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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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폐기 의혹을 받고 있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삭제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폐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추석 연휴 직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을 대부분 마쳤다. 검찰은 지난 7월 15~17일 여야 의원들이 국가기록원을 뒤졌던 때와 마찬가지로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분석한 결과 2007년 8월 정상회담 이후 이지원에 등록됐던 대화록이 그해 12월 대선 직전 이지원에서 삭제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화록 폐기 의혹의 책임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있다는 뜻이어서 향후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던 조명균(56)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이와 비슷한 진술을 한 바 있다(중앙일보 7월 30일자 1면). 당시 검찰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등이 대선을 앞두고 제기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등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이지원 시스템상의 대통령 보고 목록에서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해 청와대 실무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은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해 다음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 두고 청와대에 두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러나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조 비서관이 만든 정상회담 대화록 최종본을 이지원 시스템 내에서 대통령폴더에 등록시킨 후 노 전 대통령이 그해 12월 말 대통령폴더에서 부속실폴더로 문서를 옮겼다”고 반박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부터 약 40일간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압수수색을 통해 외장하드디스크(HDD) 97개의 이미징 작업 및 참여정부에서 생산한 대통령 기록물 15만 건과 2000박스에 달하는 자료를 열람했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자료 열람을 마무리한 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당시 청와대 근무자 등 30여 명은 현재까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자는 조 비서관을 비롯, 당시 대화록 관리의 핵심 라인인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등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뒤 다음달 10일께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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