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량의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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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을 비홋한 우리나라 대도시 주민들은 요즘 윤화「노이로제」에 걸려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출퇴근시간에「버스」나「택시」를 잡아타기도 힘들지만, 이에 겹처, 날로 흉기화해 가고 있는 차량에 대한 공포심이 그 자체 사회불안의 요소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경 집계에 의하면 금년 들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0월말 현재 이미 1만2천3백68건을 기록, 하루 평균 40건 이상이라는 놀라운 실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놀라운 현상은 각종 교통사고 중에서도「버스」의 횡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버스」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전 사고건수의 20%인 2천5백35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서울시내 노선「버스」총4천5백13대중 매1.7대가 평균 1건의사고를 일으킨 셈이 된다. 날로 불어나는 각종 차량의 횡포가운데서도「버스」의 그것이 우심하다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중교통 수단이 시민들을 위한「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돈벌기에만 급급하여 일종의『시민의 적』으로 화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것은 도시 교통의 윈활한 소통을 기한다는 명목으로「버스」에 대한 단속이 비교적 관대할 수밖에 없었고, 업자들의 과도경쟁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사고원인별 분석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버스」사고의 50%이상은 과속과 추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서는「버스」는 물론 시내를 달리는「덤프·트럭」·대형「트레일러」등 모든 대형차량에 대한 과속운행규칙이 운전사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단속 당국자에 의해서도 전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할 것으로 안다.
「버스」와 같은 대형차량이 일으키는 교통사고는 그 차체의 크기 때문에 만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정도가 다른 어떤 차량보다 높게 마련이다.
금년도의 집계를 보더라도 교통사고 사망자 4백13명중 그 25%인 1백1명이「버스」가 일으킨 교통사고를 통해 목숨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버스」는 물론 그 밖의 모든 대형차량의 과속과 추월행위 또는 차선위반 행위는 가장 준엄한 단속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경 집계를 통해 우리가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금년 들어 10월말까지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하루평균 20∼30건 정도였으나 11월부터는 그것이 갑자기 40∼50건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그 주요원인으로서 지적되고 있는 것을 보면 10월말께부터 서울시내의 모든 교통순경에 대한 비영단속과 그 감독자에 대한 암행감찰이 강화되자 교통경찰관들이 말썽 많은 단속을 기피하는 경향을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놀랍고 소름이 끼치는 원인분석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경찰간부는「러쉬아워」에 몰리는 교통량의 소통이나 횡포차량의 강력한 단속을 위해서는 상부에서 모든 교통경찰관들을 범죄인시하는 태도를 지양, 그들의 사기를 돋우어 주어야 될 것이라고 방법론까지 제시했다는데, 여기에 이르러서는 그 본말을 전도한 사고방식에 또한 아연할 수밖에 없다. 교통경찰관의 임무가 은성 수입의 다과나 그로 인한 사기문제와 직결돼서 논의되고 있는 듯한 이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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