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대의 학부 강의, 캠퍼스 밖으로 흘러넘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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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울대가 학부생들이 듣는 13개 전공·교양 강의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3일부터 일반에 무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는 한 학기 강의를 통째로 동영상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으며, 강의를 듣는 일반인들은 연습문제 풀이, 토론, 과제 제출도 할 수 있고 향후 학점을 따거나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비싼 등록금을 내야 누릴 수 있는 고등교육 혜택이 상아탑을 벗어나 사회 곳곳으로 퍼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대 조치는 매우 바람직하다.

 물론 서울대의 열린강좌 서비스가 2001년부터 강의를 외부에 공개해 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학들과 비교할 때 강의의 질과 양에서 모두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강의를 공개하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에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한계도 여전히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대의 이번 강의 공개는 우수 학생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온 우리 대학 사회에 잘 가르치기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학 강의가 공개되면 무엇보다 학부 교육의 질이 덩달아 좋아지는 효과가 뒤따랐다. 담당 교수는 혼신을 다해 강의를 준비할 수밖에 없고, 다른 교수들도 좋은 강의의 교수법을 보고 배우며, 스스로 반성하는 교육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다. 대학 역시 경쟁력 있는 강의만을 선별해 외부에 공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질 좋은 강의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대학의 존립 이유는 지식의 사회환원에 있다. 이는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걷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교육을 대학 밖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강의 공개로는 부족하다. 강의를 듣는 학생 또는 일반인과 쌍방향 의사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질 좋은 강의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타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서울대가 솔선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