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다가 제보, 못살겠어요 … 머리 아픈 골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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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장면1.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BMW 챔피언십 2라운드. 1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38·미국·사진)의 스코어가 더블보기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바뀌었다. 우즈가 공 뒤에 있는 나뭇가지를 치우다 공이 약간 움직였는데 시청자가 이를 제보해 2벌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장면2. 지난 21일 투어 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 도중 경기위원이 선두를 달리던 헨릭 스텐손(37·스웨덴)에게 다가와 캐디백 속을 검사했다. 역시 시청자가 “스텐손이 연습 도중 4번 우드가 손상됐는데 훼손된 클럽을 가지고 다니면 홀당 2벌타에 해당하니 조사해 달라”고 요청해서다. 스텐손은 다행히 문제가 된 4번 우드를 라커룸에 빼놓고 와 벌타를 면했다.

 골프선수들이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 방송장비가 날로 발전하고 갤러리는 스마트폰 등으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다. 수십만의 눈동자와 렌즈가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우즈는 올 시즌 세 번이나 소파(카우치)에 앉아 TV 중계를 보는 제3의 심판, 이른바 ‘카우치 룰러(couch ruler)’에게 당했다. 타격은 컸다.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는 컷오프됐고, 마스터스에서는 우승을 날렸으며, 이번에는 쿼드러플 보기의 수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우즈는 14일 “공 뒤에 있는 소나무를 치우다 공이 약간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에 벌타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고성능 HD TV 화면을 이기지 못했다. 카우치 룰러의 입김은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때론 선수 본인조차 모르는 것도 TV는 잡아낸다.

 지명도가 높아 화면에 자주 잡히는 우즈는 특히 피해가 크다. 그는 “156명 선수 전원에게 여러 대의 카메라를 붙여 어디에 가든 쫓아다닐 수 있느냐. 디지털 시대를 맞아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청자 제보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제보를 받는 시간에 제한을 두는 등 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팀 핀첨 PGA 투어 커미셔너는 “방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톱랭커들이 더 불리해졌기 때문에 룰을 관장하는 기관과 이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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