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건은 ‘헌나’ … 노무현 전 대통령 때 ‘2004헌나1’로 딱 한 번 쓰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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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번호다. 검찰과 법원에서 모든 사건은 고유의 번호를 갖는다. 숫자와 글자를 나열한 사건번호에는 어떤 법칙이 있을까. 대법원 재판예규인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 등에 따르면 사건번호는 연도와 사건부호, 접수번호 순으로 구성된다. ‘2013고합1241’에서 2013은 소송이 제기된 연도를 뜻한다. 고합은 형사 합의사건을 의미하는 사건부호이며 1241은 접수된 순서다.

 핵심은 사건부호다. 올해 기준 총 162개의 사건부호가 재판에서 사용되고 있다. 부호에 따라 1~3심인지 알 수 있고 사건 종류도 구별할 수 있다.

 1심인지 항소심인지를 살필 때는 앞 글자 자음을 본다. ‘ㄱ’은 1심, ‘ㄴ’은 2심, ‘ㄷ’은 최종심을 뜻한다. 예컨대 형사 사건은 1심에서 최종심까지 ‘고, 노, 도’ 순으로 앞 글자가 구성된다. 민사 사건은 ‘가, 나, 다’, 행정사건은 ‘구, 누, 두’를 사용한다.

 1심 사건에서 두 번째 글자는 합의 사건인지 단독 사건인지 등을 알려준다. 형사 사건은 단독 판사가 담당하는 ‘고단’ 사건과 세 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재판하는 ‘고합’이 있다. 약식 사건에는 ‘고약’이 쓰인다. 같은 형식으로 민사 사건도 ‘가합’ ‘가단’ 사건이 있다. 소액 사건을 뜻하는 ‘가소’도 사용된다. 가사 사건은 민·형사 사건과 다르게 1심은 ‘드’, 2심은 ‘르’, 상고심은 ‘므’를 쓴다. 재심 사건은 ‘재’라는 부호를 앞에 붙인다.

 사건번호는 법원별로 부여한다. 같은 번호라도 서울중앙지법 사건과 부산지방법원 사건이 있다. 따라서 사건번호 앞에는 어느 법원인지 표시한다. 사건번호와 법원명을 알면 각급 법원 홈페이지에서 ‘나의 사건 검색’을 통해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다음 기일이 언제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다른 사건번호를 사용한다. 연도·사건부호·일련번호로 이어지는 구성은 같지만 법원과 다른 사건부호를 쓴다. 앞엔 헌법재판소를 뜻하는 ‘헌’이라는 글자가 들어가고 사건 종류별로 ‘가나다라마바사아’까지 글자가 뒤따른다.

 ‘헌가’ 사건은 위헌법률 심판 사건이다. ‘헌나’ 사건은 탄핵 사건이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건번호가 있다. ‘2004헌나1’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 부여된 번호다. ‘헌다’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부여되는 부호다. 최근 법무부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을 계기로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호 사건이 나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사건부호로 ‘형제’가 사용된다. 기소 뒤엔 법원에서 형사 사건번호를 새로 받는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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