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된 행주산성…보수공사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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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진왜란 때 있었던 3대 첩지의 하나인 행주산성이 보수공사 1년만에 새 모습으로 말끔히 정화돼 10일 상오 10시 현지에서 준공식을 갖는다.
서울 도심지에서 서남쪽 26㎞ 떨어진 경기도 고양군 지도면 행주 내리에 위치한 이 산성은 l953년(선조26년) 2월에 전라 순찰사 권율장군이 불과 2천3백의 군사를 지휘하여 왜병 수만 명을 격퇴시킨 격전장으로 사적 56호로 지정, 보호하고있다. 문화재 관리국은 위인·선열의 유적에 대한 집중적인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작년9월 이 산성에 대한 보수공사를 착공했고, 비석 하나 쓸쓸히 서 있던 이산 언덕에 충장사를 비롯한 7동의 한식 건물을 신축하는 한편 길을 넓혀 단장하는 등 위대한 선열의 유적답게 면모를 일신해 놓은 것이다. 이에 투입된 총 공사비는 1억9백70만원.
한강 하류의 동쪽 기슭에 돌기처럼 솟은 행주산성은 해발1백24m에 불과한 야산 마루의 조그만 토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곳은 예부터 서울의 강로와 육로를 통틀어 서북통로를 지키는 요새지로 그 토성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소급한다. 임란 때는 통나무로 방책을 겹겹 두르고 싸웠다.
앞에 펼쳐진 평야는 황해도에서 서울로 내닫는 길목이요, 배수진이 된 한강은 산성을 휘감아 흐르기 때문에 강류와 그 너머 김포평야를 지키는 초소가 된다. 권율 장군은 바로 이 요새를 성공적으로 지키고 이김으로써 왜 지상군의 대세를 결정적으로 꺾었었다.
관리국은 이번 보수공사를 통하여 강가에 있던 퇴락한 사당을 뜯어 옮겨 번듯한 충장사와 삼문을 새우고 또 홍전문까지 마련해 선열을 추모하는 징표로 삼았다. 또 산마루 가까이 에는 옛 산 이름을 따서 덕양정을 짓고, 경치 좋은 강가의 절벽 위에는 진강정 이라는 6각 정자도 마련했다.
부녀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날라서까지 혈전을 벌였던 옛 일을 새삼 되새기기 위해 걸음을 멈출만한 자리이다. 산 정상에는 높이 15m의 큰 화강석비가 우뚝 솟아 있으니 63년에 건립한 행주 대첩비 이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벌인 행주산성 보수공사에 대하여 항간에서는 그만한 국고가 투입될만한 사적이냐에 대하여 일부 논의가 없지 않지만, 그 나름의 서울근교 명소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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