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집값 뛰고 청약 뜨겁고 … 강남이 들썩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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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1억원 껑충, 최고 288대 1의 청약경쟁률.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값이 뛰며 거래가 늘고 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블랙홀처럼 청약자들을 빨아들인다. 강남권은 집값 가늠자 역할을 해 온 곳이어서 강남이 8·28 부동산대책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주택시장 회복세에 속도를 붙일지 주택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전용 103㎡형의 현재 시세는 8·28 대책 후 2000만~3000만원 오른 10억8000만~11억원 선이다. 취득세 감면이 끝난 7월 이후로 1억원가량 상승했다. 인근 잠실박사공인 박준 사장은 “취득세 감면 종료 뒤 나왔던 급매물들이 빠져나가면서 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주공 한 달 새 최고 1억 올라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전용 35㎡형은 5억7000만~5억9000만원으로 8월 이후 3000만~40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 전용 107㎡형은 한 달 새 최고 1억원가량 뛰었다. 반포동 오성공인 이권순 사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자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가격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도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서울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253건으로 7월 취득세 감면이 끝난 뒤 줄어들다 다시 늘고 있다. 13일 하루 동안 강남구에서 10건, 송파구에서 14건이 거래됐다. 실거래가격도 상승해 지난달 3억8550만~3억8700만원에 거래된 개포구 개포시영 전용 28㎡형이 이달 들어 4억3000만원에 팔렸다.

 8·28 대책 이후 순위 내에서 청약 접수를 끝내는 아파트가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강남권 단지의 청약 열기가 뜨겁다. 1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림을 재건축하는 래미안과 송파구 위례신도시 아이파크의 1~2순위 청약 접수 결과 각각 평균 25.6대 1, 16.2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잠원 래미안 전용 128㎡ B형 288대 1이었다.

강남 청약 경쟁률 8년 만에 최고

 잠원 래미안 경쟁률은 집값 호황기이던 2000년대 중반과 맞먹는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005년 7월 송파구 엘스(옛 주공 1단지)의 33.2대 1 다음으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위례 아이파크는 올 상반기와 비슷한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위례의 청약 열기를 이어 갔다.

 강남권 주택시장은 비싼 아파트가 많아 8·28 대책의 주된 수혜지역이 아니지만 내부 호재로 달궈지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32만여 가구 중 6억원 이하는 5가구 중 한 가구꼴인 7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주로 한동안 주춤하다 최근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강남권 집값을 주도한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는 최근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새로 뽑고 올해 안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들은 잇따라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하고 있다. 건축심의가 통과되면 조만간 사업 승인을 받아 재건축사업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는 10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2011년 12월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2년 가까이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다 정식 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송파구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가시화되자 재건축단지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외 일반 아파트들은 7월 이후의 하락세를 벗어나긴 했지만 눈에 띄게 오름세를 보이진 않고 있다. 개포동 우성공인 박상원 사장은 “매수세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확 달라붙는 정도는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로 9월 들어 강남권 일반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7~8월과 별 차이가 없다.

 강남권에 나온 잠원 래미안, 위례 아이파크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 주택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잠원 래미안은 강남권에 오래간만에 분양된 재건축단지다. 지난해 4월 서초구 서초동 삼익 2차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이후 1년6개월 정도만의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이런 호재에다 8·28 대책 후 시장 회복 기대감이 강남권 시장의 온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 김세기 부동산분석부장은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 인기 주거지역인 강남이 많이 오를 것으로 보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아파트값 2주연속 상승세

 그동안 집값 상승세가 강남에서 시작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여 이번에도 같은 패턴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미 다른 지역에도 8·28 대책 후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취득세 감면 종료 후 하락세를 탔던 전국 아파트 값이 이달 들어 2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닥터아파트가 최근 회원 5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조금 넘는 53%가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응답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 선두주자인 강남시장이 꿈틀대면 다른 지역에도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 자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28 대책 후속조치의 시행 여부가 앞으로 강남권과 다른 지역 집값 동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역적인 호재와 8·28 대책 발표 직후의 기대감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뒷심을 잃고 꺼져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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