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통합의 숙제를 풀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의 취임사 제목은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였다. 盧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이끌고 갈 큰 방향을 상징해 준 것이다.

그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특히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역설했다. 그가 밝혔듯이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북핵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어떻게 보면 상반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그 길밖에는 길이 없다. 이를 풀기 위해 미.일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그의 취임사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또 50년의 한.미동맹을 소중히 하여 호혜평등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 역시 꼭 필요한 언급이었다.

盧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후 불거진 한.미간의 이견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간의 굳건한 동맹이 바로 盧대통령이 열고자 하는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의 반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취임사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는 국민통합에 대한 盧대통령의 의지다. 그는 국민통합을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정의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지역으로, 세대로, 계층으로 찢어진 이 나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런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평화니, 번영이니 떠드는 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지 말자.

문제는 실천이다. 우선 새 정부는 인사부터 국민통합을 염두에 두라. DJ정부 때와 같이 특정지역을 고려할 부담도 없어졌다. 능력에 따른 탕평인사부터 해야 한다. 이념의 분열 봉합도 시급하다. 이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안보에까지 부담을 줄 것이다.

양극단을 수렴하여 누가 보아도 합리적이라는 선을 찾아야 한다. 무슨 정책이든 개혁이니, 정권초니 하여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통합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의 정착도 이러한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