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호르몬 분비 줄어드는 가을철 불청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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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들었다. 추분이 지나면서 밤낮의 길이도 바뀌었다. 지난 23일 이후로는 밤이 더 길어졌다. 계절이 바뀌면 이렇듯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일조량이 감소해 생체 시계에서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분비는 감소한다. 이 과정에서 찾아오는 불청객이 바로 계절성 우울증이다. 주로 가을에 찾아오기 때문에 가을 우울증으로도 불린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1~2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계절성인 만큼 겨울까지 이어지다가 봄이면 대개 나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을 방치하다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일반 우울증과 혼동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도 분명한 우울증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용구(사진) 교수에게 계절성 우울증의 주의점을 들었다.

 -계절성 우울증은 어떤 사람이 겪기 쉽나.
 “성격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있다. 완전벽(完全癖)이 있는 사람일수록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즉 철두철미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다. 이런 사람들은 걱정·근심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성향이 강하다. 우울증이라는 것이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체질적 요인, 성격적 요인 등 여러 영향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성격적으로 취약한 사람이다.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계절 변화가 있을 때 우울증으로 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체중이 빠지고 잠을 못 자기도 하고, 초조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반대로 잠을 과하게 자고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온몸에 힘이 없어서 늘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계절성 우울증은 후자의 형태가 많다. 잠을 많이 자고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체중이 는다.”

 -계절성 우울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나.
 “우울감이 겨울로 갈수록 악화되다가 계절이 바뀌고 봄이 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경우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살은 전체 우울증 환자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이는 자살에 이르는 경우인데, 시도자까지 포함하면 발생률은 더 높아진다.”

 -극복하는 방법은?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바깥 출입을 자주하고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만들어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우울상태가 되면 자기 자신한테만 몰두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해야 한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절 우울증이 일반적인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나.
 “소수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으면서 환경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개인적인 재난이 생기면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도 우울증이다. 좀 지나면 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각한 우울증으로 심화돼 중증 상태로 갈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연적으로 치유가 안 돼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게 된다.”

 -심각한 정도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나.
 “우울증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재발 시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재발까지의 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심해지고 재발은 자꾸 된다. 그런 측면에서 계절을 좀 타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 평소에 취미활동과 대인관계를 활발히 하는 등 나름대로 미리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단계를 스스로 판단할 방법은?
 “우울증 체크리스트가 있다. BDI(Beck Depression Inventory) 검사란 건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자가 평가가 가능하다. 10점 이하면 정상, 10~20점은 경도, 20~30점이면 중등도, 30점 이상이면 심한 우울증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도 BDI 검사지를 구할 수 있다. 물론 객관적인 진단은 의사가 작성하는 해밀턴 우울증 평가척도(HDRS)와 BDI 결과를 종합해 의사가 내리게 된다.”

 -정신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객관적으로 우울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약물치료뿐 아니라 인지 행동치료, 정신치료 등이 이뤄진다. 필요하면 정신분석 치료도 동원된다. 다각도로 접근한다. 왜냐하면 우울증 자체가 단일 증상이 아니라 하나의 증후군이기 때문이다. 인지 행동치료는 우울증으로 인해 정상인과 달라진 부정적 인식을 바꿔주고,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주는 거다. 정신치료는 살아온 모든 과정을 보고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치료다. 정신분석은 무의식을 조사해 잘못된 무의식을 새롭게 개조해 주는 것을 말한다.”

 -보통 약물치료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소량의 약물치료로만 호전되기도 한다. 그런데 항우울제에 대한 오해가 있다. ‘오래 먹으면 치매에 걸린다’ ‘기억력이 나빠진다’ ‘중독된다’ 등이다. 사실은 다 낭설이다. 오히려 우울증 자체와 연관돼서 오는 기억력 결핍, 건망증이 많다. 우울증이 치료되면서 이런 증상들은 나아진다. 중독은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말인데, 일정량 투약으로 증상이 호전되면 약물을 점차 줄이고 완전 회복 땐 약물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에 중독의 개념은 아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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