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임 화장품공업협 서경배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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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업계 1위인 태평양의 서경배(40.사진)사장이 대한화장품공업협회장에 최근 선임됐다.

화장품공업협회는 태평양.LG생활건강.코리아나.한불화장품 등 3백30개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사가 회원인 업계의 대표적 단체다.

서 협회장은 이날 부친인 고(故)서성환 회장이 작고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 서성환 회장 역시 서 사장와 같은 나이였던 1964년 화장품협회 회장직을 맡았었다.

"의지하던 분이 안계셔서 허전합니다. 기존의 운영 방침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글로벌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사람 중심의 운영 체계를 시스템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는 최근 소비심리 위축과 외국 화장품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시장의 35%를 외국 회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준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출혈경쟁에만 매달린다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2년 전 글로벌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던 태평양은 올 4월 초 미국 뉴욕에 '아모레-퍼시픽' 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또 중국에도 앞으로 10여개의 매장을 더 개장할 계획이다. 태평양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에 공장을 준공하고 '라네즈'제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대만.홍콩 등 동남아 시장 개발도 검토 중이다.

서 협회장은 글로벌 전략의 첫단계는 '우리는 안돼'라는 의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2등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적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마비시키죠."

그는 "2등 의식을 떨치고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태평양은 10년 전 백화점에서 푸대접받는 저가 브랜드에서 백화점 매장의 매출 1위 고급 브랜드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는 화장품 전문점의 환경개선 작업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전문점 내부의 환경을 고급화하고 상담 기능을 강화해 쾌적한 쇼핑공간을 제공하면 전문점에서 멀어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지금까지는 개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중복 투자가 많았고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그는 "사별로 관리하고 있는 해외 관련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화장품 업계 공동의 노력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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