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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에 나설 사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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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개발방침은 사채 거래를 양성화, 기업의 단기자금조달을 쉽게 하고 사채금리 수준을 떨어 뜨려 기업의 자금 「코스트」를 덜어주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남 재무부 장관에 의하면 이미 단기자금시장개발 방안을 한국개발금융주식회사(KDFC)가 검토중이며 오는 11월, IFC(국제금융공사)의 「호프먼」부총재와 「다이어먼드」개발금융국장이 내한하면 IFC측의 지원문제와 함께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IFC의 지원문제는 남 재무부 장관이 지난번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IMF연차총회에서「고든」IFC총재에게 직접 요청했으며 이에 앞서 미한「컬럼비아」대학의 「로빈슨」 교수가 「한국자금시장에 관한 보고서」에서 단기자금시장 육성을 권고함으로써 정부방침을 뒷받침하고있다.
아직 이 단기자금시장의 「모델」이 결정된 것은 아니나 KDFC가 시장의 주역을 맡아 음성적인 사채거래를 이 공개될 시장으로 흡수하여 회전시켜 보자는 것이 기본 의도인 것 같다.
운용형태와 규모도 미정이지만 대체로 순수한 시장개념에서 출발, 자금 수급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KDFC가 IFC 및 IBRD(세계은행)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시장을 조작, 자금량과 함께 금리수준에까지 깊이 개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사채 월 1천억선>
또한 단기자금시장이기 때문에 어음할인방식을 취하되 그 기간은 최장 3개월로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KDFC가 자금제공자와 수요자를 중개해 주거나 신용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 대한 보증업무까지 취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단기자금시장 개발구상은 현재 공식화된 사채거래의 규모가 월 1천억원을 넘어서 있고 그 동안 사채에 대한 정리방안이 수차 시도됐으나 무위에 그친 점에 비추어 사채의 합리적 활용방안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중은행의 개발금융 참여를 적극화시키기 위한 금리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한 것과 관련하여 앞으로 시은의 운영자금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새로운 「채늘」로서 단기자금시장 개발이 병행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러나 이 단기자금시장개발에는 너무 많은 제약요인들이 곁들여있다.
우선 시장에서 형성되는 이자율에 관한 문제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사채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양성화시키자면 시장의 이자율이 음성거래의 이자율에 접근해야하는데 현재 사채 이자율이 이자제한법의 제한을 넘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사채금리 월 4.3%>
대한상의조사에 의하면 지난 상반기 중의 평균 사채이자율이 월 4.3%로 모법에 월 3.5%, 시행령에 월 3%로 정해진 이자제한법의 상한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현행 사채금리가 위법이나 사채유통을 저해할 우려 때문에 방임해 두는 것 인데 앞으로 공식화 된 시장에서도 이를 인정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KDFC가 조작하는 자금량에 따라 이자율이 내려갈 수도 있겠으나 공식적으로 1천억원대를 넘는 사채규모에 견주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다음은 되도록 거래를 감추려는 사채의 생리와 견주어 이를 어떤 방법으로 공개화 된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 사채이자에 부과토록 돼있는 병종 이자소득세(16.5%)가 제공자(이자 소득자) 아닌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현상이라든가 국세청의 사채조사가 번번이 중단되는 사례 등은 그만큼 사채가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은행저축 둔화우려도>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자금시장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금리상의 부리로 인한 저축성예금의 둔화현상을 가져와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있다.
결국 이렇게되면 사채를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할 때 KDFC가 저리의 국제금융기구 차관을 얻어 단기자본시장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금리장사를 하는 꼴이 되기 쉽고, 반대로 시장이 제대로 육성되면 금융기관의 자금난을 가져올 염려가 있다.
현재의 추정으로는 단기자금 수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예금추세를 해치지 않고 사채를 양성화하여 이자율까지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고있으나 그 성과여부는 운영방법에 따라 나타날 것이다.
이점에서 KDFC가 투입하는 자금은 단기회전 되어 사채에 대응해서 최대한 자금수요를 충족시켜야만 사채 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이 고정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이며 IFC측은 관권의 개입을 적극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잇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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