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승리 유력하지만 … 문제는 자민당 득표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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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개혁 지속이냐, 경제성장으로의 전환이냐. 유럽 재정위기 해법 전략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독일 총선이 22일(현지시간) 치러진다.

 그동안 강도 높은 긴축을 밀어붙이며 유럽 위기 수습을 사실상 지휘해온 앙겔라 메르켈(59·사진) 총리가 이변이 없는 한 3선에 성공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의 중도우파 기민·기사당이 40% 안팎의 지지율로 중도좌파 사민당에 15%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2005년 독일 첫 여성 총리가 된 메르켈은 지난 8년 사이 실업률을 11.4%에서 6.8%로 크게 낮추고 유럽 위기 가운데서도 독일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켈이 승리를 하더라도 의회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는 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처럼 기민·기사·자민당 간 보수연정이 유지되면 기존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나라들의 책임을 강조하며 부채탕감펀드 설립과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한다. 독일은 구제금융 최대 부담국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이 하원(분데스타크) 진출을 위한 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느냐다. 메르켈은 기민·기사·자민 보수우파 연정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자민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5% 안팎이어서 유동적이다.

 자민당이 5%를 넘지 못하면 기사·기민당과 사민당 간의 좌우 대연정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메르켈이 이끌었던 2005~2009 대연정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사민당의 총리 후보 페어 슈타인브뤼크(66)는 반대한다. 2009년 총선에서 사민당의 득표율이 23%에 그쳐 최악의 선거가 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슈타인브뤼크는 긴축보다 성장을 강조한다. 그는 이달 초 TV토론에서 “메르켈 정부의 정책에는 경제 재건과 청년실업률 완화, 성장동력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재정위기 국가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역전에 성공해 좌파 연정을 구성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유럽 성장 전략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독일 국내 문제로는 전국적 최저임금제 도입과 소득세 증세가 주요 이슈다. 슈타인브뤼크의 도입 주장에 메르켈은 경제와 일자리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민·녹색당의 좌파 연정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민당은 25% 내외, 녹색당은 10%를 웃돈다. 사민당에서 갈라져 나온 극좌 성향의 좌파당(8%)이 합세할 경우 가능하지만 사민·녹색당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자민당이 하원 진출에 실패하고 대연정 협상이 지연되거나 아예 사민당이 연정 참여 자체를 거부할 경우 ‘이탈리아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 초 총선이 치러진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국내 정치 불안과 유럽 경제 혼란을 야기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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