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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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과학전람회가 오는 15일부터 1개월간 열린다. 그러나 어느새 16회 째를 맞는 이번 과학전도 차차 다른 문화적 연중행사와 같이 싱거워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올해엔 상금이 1백만원으로 올랐다. 그리고 상들을 거의 전부 일반부에서 차지해 종래와 같은 학생전이란 인상이 가셔진 것은 다행이다. 그리나 그 이상의 두드러진 성과는 없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도 우수한 발견·발명은 없었다. 그만한 독창성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인지? 과학전의 목적이 과학의 생활화, 과학심의 향상에 있다지만 역시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훌륭한 발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발적인 발명·발견 같아도 여기에는 반드시 필연적인 조건들이 있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백열전구가 발명되기 위해서는 에디슨과 같은 천재적인 두뇌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발명이 나오기까지에는 그밖에도 전구생산이 가능해질이만큼 다른 과학지식의 실용화가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디슨의 발명의 실용성을 전문가들이나 당국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독창적인 발명을 한과학자가 ,한다하더라도 이것의 생산과 개발을 추진하는 여건이 성립되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공상으로 끝나고 만다.
미국에서의 미사일 개발이 10년이나 뒤늦어진 것도 2차대전직후의 유력한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우겼기 때문이었다.
또한 발명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바로 실용화되도록 뒤를 밀어주는 것이 없을 때에는 발명에의 인센티브는 감퇴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발명에의 인센티브를 꺾는 제일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과학자들 자신의 상상력의 빈곤일 것이다.
가명 H·G·웰즈가 그의 이른바 미래소설에서 상상해낸 것들은 이제는 거의 모두 실용화됐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단순한 환상으로밖에 여기지 않았었다.
만일에 당시의 과학자들이 좀더 진지하게 웰즈의 상상을 받아들였더라도 발명은 더 빨랐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과학전에서도 과학자들의 전반적인 상상력의 빈곤만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과학은 분명 합리적 사고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것을 추진시켜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절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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