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경해 <한글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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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6월 S국민학교 상급생 9백11명에게 『건강한 사람은 거름거리가 빠르다』 를 문제로하여 맞춤법에 틀린 것이 있거든 고치라고 하였더니 답안 종류 및 인원이 다음과 같았다.
①걸음거리 4백16명 52%
②거름거리 3백20명 40%
③걸음걸이 43명 5%
④기타 1백20명 13%
정답은「걸음걸이」이므로 95%의 학생이 정답을 모르고 있다. 현행 한글 맞춤법은 이와같이 어렵다. 그 어려운 까닭이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윈인은 동사와 형용사의 맞춤법 원칙을 잘못 정한 데에 있다.
현행문법에서는 위의 걸음걸이의 유래를 걸음걸이에서 찾는다. 이른바 변칙용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의 원어가 「검다」로 등륵돼 있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변칙용언 해실을 보면,『변칙용언은 어간의 끝「ㄷ」이 홀소리(모음)위에서 ㄹ로 변한다. 보기=싣다 실으오· 실으면, 걷다 걸으오, 걸으면』 위의 「싣· 견이 과 「실· 견」 을 비교· 판단함에 있어 기본으로 보면, 실·걸이 그것의 변어라고 규정하게된다.
그러나 국어의 제 사실을 종합 판단하면「ㄷ」이 르로 변한 것이 아니고 른이 니으로 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훔바지·훔적삼·훔알」은 「홑바지· 홑치마· 홑적삼·홑알」, 「뭍콩· 묻내기」는 「풀콩 ·풀내기」의 변한 말인 것이다.
다라서 「실다· 재」라는 말의 「하오」주술종지형은 『시르오∥짐올시르오』 이며 「해라」투 주술종지형은 『실는다=짐을 실는다』이다.
그런데 「해라」투의 말은 혀를「ㄹ」로 굴리지 않고 리로 닫아서 『싣는다=짐을 심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이 말의 기본 어간은 시프인데, 「느냐· 는다」 같은 해라투 어미를 만나거나「고·다·자」같은 밀폐자 음어미를 만나면 「 모음이 줄어서 「실」로 되고 그겻이 신이로 애음된다.
요컨대 「싣는다· 싣고· 싣다가」 라는 말은「실는다·실고·실다가」의 한 말이다. 즉 궁이 ㄷ으로 변한 말이다. 그리고 이때의 「실」 은 시른의 말모음 탈락형이다. 즉 시르-실-시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된 말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사실을 무시하고『시이위에서ㄹ로 변한다』라는 비과학적인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은을 종속적인 보조모음이라고 주장하는 현행문법에서 「으」가 「ㄷ」을 「삼 로 변음시킨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인 모순된 주장이다. ㅅ변칙이나 ㅂ변칙이나 ㅎ변칙 따위가 모두 조 모음 은 위에서의 변음현상이라고 하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거짓말을 아니할 수 없게된 원인이 동사의 원형을「다」종지형으로 정한데에 있다.
「걷다」의 「닥」 종지형 어는 그 발음이 「거다」인바 이런 말 (말소리)로는 첫째 어음조직 (받침종류)을 알 수가 없다. 「것다 걷다 겆다 젖다 겉다」중 그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어의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걷다」 라는 종지형은 일상 회화나 상용문에 쓰이지 않는 말씨이다. 이러한 괴상한 말씨를 기본어로 삼는다는 것은 정당한 처사가 아니다.
용언의 기본형을 「하오」의 종지형인「어브오·어프으·업스으」로 정할 때 문제는 합리적으로 해결된다. 「오」종지혐 어는 어음직이 분명하게 나타나므로「업·엎,엾」갈은 어근의 받침을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말 뜻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시르오」의 「으」는 모음이기 때문에 뜻말을 온전하게 보전하지만 「시르다·실다·싣다」의 「ㄷ」은 밀폐자음인 까닭에 뜻말에 음을 일으킨다. 「·ㅡㅣ」따위 약모음을 흡수하며(보기=노 ㅍ·다-높다, 기프다-깊다, 가지다-갖다) 뜻말의 음절을 없애기도 하며(널브다-널다) ㄹ소리를 ㄷ소리로 동화(실다-싣다)하기도 한다.
「닥」종지형은 음리상으로 보거나.국어정책 상으로 보거나 국어의 자초지종으로 보거나 원형되기에 부적당한 어형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한 한자전의 어형을「시르궁재=재」「안즈ㄹ좌=좌」로 정했던 것이다. 니는 개구도가 가장 넓은 자음으로서 모음과 비슷하다. 그래서 웃말의 어음을 잘 보전한다. 이 문원경을 종지형으로 고친 것이「시르오·안즈오」이다. 「오」는 유일한 단모음 종지형이다.
한글 맞춤법이 어렵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용어의 원형을 「다」 종지형으로 장한데에 있다. 그 결과 거름거리의 어원을 「걷음걷이」라고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게 되었다.
맞춤법을· 정상화 하려면 우선 국어사전의 용언원형을「으」종지형으로 정정하여야 한다· 이 한가지 일만 단행하면 나머지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사전의 원형체계를 고치지 않고, 맞춤법을 손질하는 것은 장님이 마밭을 매는 것과 같은 되지 않을 짓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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