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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지일씨, LA 시온마켓 매니저로 '제2 인생'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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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스타 한지일씨가 10일 오후 한국 KBS 아침 프로그램 여유만만 촬영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씨는 오는 23일부터 시티센터 내 시온마켓 프런트 매니저로 근무한다. 김상진 기자

"이젠 한지일로 당당히 살아야죠."

아시아 영화제 남우주연상, 대종상 신인상과 남우조연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겸 영화 제작자 한지일. 한 때 자산규모 100억원을 자랑하던 그는 IMF로 재산을 다 날리고 가정마저 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9년, 새로운 인생을 찾아 미국에 온 그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LA를 비롯한 메릴랜드주, 오하이오주, 버지니아주, 일리노이주 등을 돌아다니며 마켓에서 박스를 날랐고 음식점에서는 접시를 닦았다. 그리고 젓갈장사, 리커스토어, 양품점, 중고자동차 딜러십에서도 일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에게는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어찌하 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예전에 화려했던 모습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사치였죠. 그야말로 살기위해 발버둥을 쳤습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죠." 생존이 그의 이민생활에 팔 할을 차지했지만 봉사활동은 빼놓지 않았다.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었고 늘 선물도 잊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말에는 중앙일보를 찾아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자신의 한 달 월급을 쾌척하기도 했다.

"봉사는 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아직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힘든 이민생활에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 렇게 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한씨는 오는 23일부터 LA 한인타운 시티센터 내 시온마켓의 프런트 매니저로 첫 발을 내딛는다. 한씨는 LA 한남체인에서 일했고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사라가 국제마켓에서는 매니저로 근무하며 예비 수업을 마쳤다.

'인생 2모작'을 사는 그의 모습은 태평양 건너 한국에도 큰 공명이 되었다. KBS 아침 프로그램인 '여유만만'에서도 그를 촬영하러 LA에 온 것.

촬영팀은 3박4일간 한씨와 동행하며 그의 미국 삶을 취재할 예정이다. 방송 예정일은 오는 26일(한국시간). 취재 일정에는 한씨가 늘 해왔던 양로원 봉사활동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케빈 정이란 가명으로 살아왔습니다. 영화계 선후배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였죠. 하지만 손님들이 알아보시고 이름을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한지일로 살겠습니다. 친한 친구 (설)운도도 이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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