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이 인질극 70여 군경과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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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울산=최순복·박봉열】지난 29일 상급자를「카빈」으로 쏴 죽이고 달아난 영천군 영천읍 육군 탄약 경비중대 김택기 일병(23) 이 사건 발생 5일째인 3일 하오2시 현재 경산군 진량면 신상동 뒷산에서 군·경·예비군 70여명과 1백m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다. 김 일병은 지난 29일하오11시30분쯤 부대에서 보초를 서면서 잠시 졸다가 상급자인 정석기 병장(23) 등 2명에게 들켜 야단을 맞고「카빈」2발을 쏴 정 병장을 죽인 다음 다른 사병 1명에게 1발을 쏴 중상을 입히고 실탄 20발이든「카빈」을 가진 채 달아났었다.
군은 즉시 경찰. 예비군의 지원으로 수색에 나섰으나 찾지 못하다 지난 2일 하오2시 부대에서 70리쯤 떨어진 경산군 진량면 신상동 뒷산에 나타났다는 민간인의 신고를 받고 산을 포위, 진량면 예비군 제2중대장 박성조씨(43) 가 자수를 권유하기 위해 혼자 김 일병에게 접근했다.
10m거리까지 가까이 다가오는 박씨에게 김 일병은『가까이 오면 쏘겠다』고 위협했으나 『이 마을 사람인데 잠시 담배나 피우자』고 말을 걸고 계속 다가서자 김 일병은『좋소. 이리 오시오』하며 들고 있던「카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박씨가『앞날이 창창한 젊은 군인이 왜 이런 짓을 하느냐. 자수를 하라』고 권했으나, 김 일병은 다시 총을 겨누면서『여하튼 내 고향이 영동이니 영동까지 데려다 달라』고 도리어 박씨를 인질로 잡았다.
김 일병은 약 5시간이 지난 이날 하오8시쯤 박씨를 앞세운 채 총을 겨누고 1백m쯤 떨어진 고속도로 변으로 내려왔다. 박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를 세우려고 손을 들었으나 차가 멎지 않았다. 이때 이들을 뒤따라 숨어 오던 군·경 합동 수사대가 김 일병을 덮치려 하자 김 일병은 공포 2발을 쏘고 박씨를 남겨둔 채 산으로 다시 달아나 군경의 포위 속에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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