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심층에 뿌리박은 오스트리아의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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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스트리아, 그리고 빈이라면 음악을 연상 한다.
그러나 빈이나 오스트리아를 가보면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연극은 빈 사람들의 생활, 동경, 오락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만약에 이 세상에 연극이 없었더라면 오스트리아인이 이것을 발명해냈을 것이다.』
이 말은 독일어 사용국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랜 빈의 브르그 극장 책임직에 있었던 라우베씨의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연극은 전국적으로 또 전 사회 계층에 걸친 참여와 지지 위에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 연극의 중심은 1741년 현명한 여왕 마리아·테레지아가 세운 브르그 극장이다. 이 극장은 2세기에 걸친 시간 속에 성쇠의 기복은 있었을지언정 한결같이 민족을 융합하고 그 정신을 형성하는 구실을 담당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연극과 오스트리아의 관계가 이러고 보니 연극의 연구와 각분야의 전문직 양성이 중요한 과업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빈 대학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고 유명한 연극학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이제 이 연구소의 전 소장이자 지도교수인 하인츠·킨더만 교수와 현 소장 마르그레트·디트리히 여사(교수)가 ITI한국본부의 초청을 받고 22일 내한한다.
유럽에서는 가장 코스모폴리틱 한 연극연구소인 이곳에는 매 학기 4백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 두 분의 지도교수 외에 9명의 촉탁교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유명한 연출가·무대장치가·연극평론가·방송극·TV·영화 관계 전문인사들이다.
그리고 이 연구소의 연구분야에서 탄생한 것이 킨더만 교수의 영작 『유럽 연극사』와 디트리히 교수의 『현대 연극입문』 『유럽 연극론』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연구소에서는 계간지를 발간하고 무수한 전문 지도서를 발행하고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 연구소는 마지막 막이 내리면 모든 것은 사라지는 연극의 특질을 위하여 가장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자원공급처의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다.
킨더만 교수에 의하면 연극 작품을 실생활과 유리된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을 생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예술과정은 각 민족의 정신적·사회적·종교적·정치적 생활의 모든 연관 속에서 본다. 그러므로 그는 연극을 국민생활을 형성하는 힘으로 보고 그것을 분석·연구·발전시키려하는 것이다.
특히 킨더만 교수는 괴테 연구가로도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있는 학자이다. 그의 『20세기의 괴테 상』(1966)은 최근 필자가 가장 큰 감명을 받은 저서이다.
이분들의 내한은 비단 연구관계인사들만의 관심사일 수는 없다. 그들은 연극으로 민족의 단결을 실현하였고 그 힘이 또한 전 후 기적적인 독립을 이루는데 공헌하였기 때문이다. [곽복록(서강대 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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