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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비상경영 시나리오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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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벌 계열사 간 부당 내부 거래와 오너 경영진의 경영 책임 추궁이 재계 전체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값 하락, 유가 급등, 내수 위축 등 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2일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수사 등에 따른 경제의 악영향 우려 주장'을 일축하면서 강력한 재벌 개혁 의지를 재천명하자 위기 의식은 더 커지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는 한편 경영환경을 매일 같이 챙기며 비상경영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현안 해결에 골몰하는 재계=SK는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에 이어 전경련 회장이자 전문 경영인으로서 그룹을 이끌어온 손길승 회장마저 검찰 소환을 앞두자 조기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SK 측은 일단 孫회장을 중심으로 짜놓은 비상 경영체제를 중심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가 돌아가며 대규모 투자 설명회(IR)등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의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증여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삼성도 그룹 및 계열사별로 연일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삼성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생명.카드.SDS 등 현안이 걸린 회사들은 매일 법무팀 소속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며 "이재용 상무의 BW 문제는 국세심판원에서 정식으로 결정 통보가 오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각 대생 인수건과 오너 경영진의 LG석유화학 지분 저가 인수건으로 참여연대로부터 법정 소송을 제기당한 한화와 LG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여론 동향과 정보 수집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검찰수사 방침과 관련, "대생 인수 조건으로 약속한 것이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부채비율 감축 문제"라며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력사업 매각이나 한계사업 철수 등 강도높은 구조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4일 오너 경영진의 BW 무상 소각을 발표한 두산그룹도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두산 관계자는 "법률상으로 문제가 없는 BW를 결국 포기한 것도 두산중공업 사태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따른 것"이라며 "분신 근로자의 장례를 서두르는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간판 기업=삼성전자.SK텔레콤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은 연초부터 안팎의 악재에 실적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의 폭락 등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1분기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게는 10% 이상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내수 위축으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조기에 출시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SK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도 휴대전화 식별 번호의 '010'통합 결정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잘못 발표한 것이 겹쳐 주가 폭락 사태에 시달리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특소세 환원과 내수 감축.유가 상승 등 '3대 악재'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과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때문에 내수 판매와 북미 수출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경유 승용차 도입과 경차 규격 확대 등의 호재를 발판으로 유럽 지역 수출에 더욱 신경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대항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 업체들도 이라크전 발발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을 감안한 비상 경영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대응하고 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북핵 위기, 내수 위축 등의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기업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아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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