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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아들설 채동욱 "사실 아니다 … 검찰 흔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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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혼외 아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직 검찰총수의 혼외아들 스캔들이 6일 터졌다. 조선일보는 이날 자 기사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1999년 알게 된 카페 여사장 L씨(54)와의 사이에 2002년 혼외(婚外)아들(11)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채씨 성을 가진 아이를 채 총장이 금전적으로 돌봤으며 지난달 말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른바 ‘혼외아들설’이다. 그러나 채 총장이 두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7시 대검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연 뒤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련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고 첫 반응을 냈다.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확한 표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혹이 더 확산되자 채 총장은 오전 10시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강도를 높여 부인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적 대응 등은 취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한 쪽이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채 총장 측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채 총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이 배후에서 검찰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외부 음모설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명박정부 때 원세훈 원장 체제 국가정보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인터넷 댓글) 수사를 둘러싸고 채 총장과 청와대 민정·여당·법무부 간 갈등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급부상했다. 지난 6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한 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여권과 채 총장 간에는 냉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 사건 처리에 불만을 가진 측이 검찰 조직을 흔들고 채 총장을 교체하려고 나섰다는 이른바 ‘정치적’ 배후설이다. 채 총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재벌은 물론이고 국정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하도록 일선 검찰을 지휘했다.

검찰은 최근 열린 국정원 댓글 관련 사건 첫 공판에서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원 전 원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게 여권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새로 취임한 김기춘 비서실장-홍경식 민정수석 라인에서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마치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수사하면서 혐의를 선거법 위반으로 정해놓고 무리하게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문제가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으로 번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결국 남는 문제는 혼외아들설의 진실 여부다. 일각에서는 검찰 고위 공직자가 10여 년 넘게 혼외아들의 존재를 숨기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스캔들이 사실이라면 올해 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도 의문이다.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검찰총장 임명 전 혼외아들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물음에 “그보다 더한 흠이 있겠느냐. 그걸 알고 어떻게 총장을 시켰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글=이가영·허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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