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국제화 세일즈 나선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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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의 개성공단 참여를 요청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그제 레타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기로 합의해 국제적 수준의 보장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이탈리아 기업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개성공단 투자 참여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남한 최고지도자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 본격 세일즈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남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 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 장려하고, 공단 내에서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남북 공동으로 해외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생산 제품의 제3국 수출 시 특혜관세 인정 등 개성공단을 국제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 중 하나로 개성공단 국제화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남북 모두에 이득이다. 남한으로서는 북한이 다른 해외 투자국들을 의식해 통행 차단이나 조업 중단 같은 자의적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북한으로선 개혁·개방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뢰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킨다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개성공단 투자를 요청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마지막 걸림돌이던 남북 간 서해 군(軍) 통신선 복구 문제가 어제 해결됨으로써 개성공단 재가동이 가시권에 들어 왔다. 이르면 추석 후 재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재가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세일즈 외교가 구체적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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