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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길…미 우주산업|혹심한 불경기 속의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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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미국의 나사(국립항공우주국)와 우주산업계는 조락의 가을을 연상시킬 만큼 처량한 사양의 길에서 몸부림치고 있다.「화무는 십일홍」이고「10년 세도 없다」더니 미국의「나사」와 우주산업도 절정의 10년 고비에서 그대로 전락하는 운명 속에서「엉크·엉크스」라는 요즘의 유행어만 되풀이하고 있다.「엉크·엉크스」란 미국 공군에서 잘 쓰는 용어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Unknown Unknowns)라는 뜻.「엉크·영크스」의 검은 안개 속에 빠져있는「나사」와 우주 산업계는 지난날의 화려했던「아폴로」의 꿈을 다시 한번 즐기게 될 것인가.
미국이 첫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은 58년 1월 자 일이었다. 소련보다 약 3개월 늦은 정도의 이 첫「캡」은 그 뒤 메워지기는커녕 달 탐험선·유인 우주선 경쟁 등에서의 고배로 더욱 넓어져만 갔었다. 그러나 미국의 집념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서 약 5년 뒤부터는 서서히 어깨를 겨누게 됐다.「케네디」대통령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우주개발의「그랜드·디자인」』이라는「로맨틱」한 용어를 써 가면서『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준 것이 미국의 우주개발이 순풍에 돛단 듯 원활하게 추진돼 나간 최대의 원인이었다.
첫 인공 위성이래 10년이 좀 못되는 58년「크리스머스」를 전후에서 드디어 3명의 우주 비행사가 탄「아폴로」8호는 달을 돌고 오면서 비로소 10년 내 숙적인 소련을 앞서게 됐다. 그리고 10년하고도 6개월이 지난 69년 7월에 공약대로 두 인간을 달에 내리게 했다가 귀환함으로써 숙적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런데 자연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영고성쇠의 원칙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될 수가 없었다.
70년4월의「아폴로」13호 사고는 그러지 않아도 예산감소로 침체 기운에 빠져있던「나사」와 우주산업계에 일대 타격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국방 예산을 긴축시키고 있었고 산업계엔 경기 후퇴의 물결이 일고있었던 참이다.「나사」와 우주산업계는 더한층 피해를 내게 됐던 것.
미국의 우주계발예산은 최 성기였던 65년의 52억5천만 불(약 1조5천7백50억 원)에서 71년도의 31억불(약 9천3백억 원)로 줄어버렸다.
예산감소를 막을 길이 없어「나사」중흥의 공노자인「제임즈·웸」전 국장은 사표를 냈고 이어서「토머스·페인」국장도 얼마 전 사표를 제출했다.
예산 감소에 따라「나사」직원과 계약회사의 우주개발관계 종업원의 수도 대폭 감소한 것은 물론「피크」를 이뤘던 65년의 41만 명에서 71년도엔 14만4천 명으로 줄게 했다. 이래서 「나사」와「아폴로」계획 총 예산 2백40억불 중 61억불을 딴「로드·아메리컨·로크웰」사를 비롯한「그라만」사「맥도널·더글러스」사 등 관계회사 약 2만사에서는 감원선풍 때문에 직원들이 초조한 매일을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를 달착륙선 제작주문을 맡은「그라만」사로 든다면 절정시절엔 3만4천5백 명의 직원이 있었던 것이 작년과 금년에 도합 6천5백 명이나 감원 됐다고 한다.「아폴로」12호의 우주 비행사들이「닉슨」대통령을 방문했더니 달 여행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않고 축구 이야기만 함으로써 냉대를 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 만큼 우주 비행사들의 초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때 1백75명이나 됐던 선발된 우주비행사가 근래 1백25명으로 줄어들었는데 특히 내년 초로 발사 기일이 연기된「아폴로」14호의「셰퍼드」선장 같은 사람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고있는 실정이란다.「케네디」우주「센터」에서「셰퍼드」선장은『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어지간히 좋은 사람이다. 내일엔 여기를 떠나게 될 것이니까, 나사가 바닥에 떨어져 있든 알게 뭐냐는 따위 풍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어지간히 멍청이다』라고 투덜거렸다는 것이다. 한때「나사」는 과학기술자들의 천국 같은 곳이었다. 일의 목적이나 일의 성질이나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나 모두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간에서 연봉 5만 불을 받던 기술자가 2만 불로도 기꺼이 나사로 옮겨갔다. 그곳서 익힌「시스템·엔지니어링」의 수법으로 해서 그 사람은 얼마 뒤에 연봉 10만 불로 다시 민간 회사로 갈 수가 있었다. 그런데 나사의 후광이 사라지고 우주산업이 사양길로 내려서게 되자 자주 기술자들은 목이 잘린 뒤에 딴 직장에서 천대를 받게 됐다. 연봉 1만6천불을 받아온 40세의 어느 석사기술자가 해고당했다. 1백50통의 이력서를 사방에 보였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결국 그는 부인과 함께 비누 판매를 하지 않으면 안됐다.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 취직이 안돼 운전사 노릇을 하고있는 우주기술자조차 있다. 그들이 취직이 안 되는 이유는 민간사업에서는 도저히 활용해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는데다가 그야말로 비용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흥청망청 개발비를 써본 이전의 솜씨로 해서 예산을 낭비하기 때문이라고. 이쯤 되면 비극인지 희극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들다. 또 한가지 예를 든다면「보잉」사를 해고당한 사람들에 대한 최대의 구인처가 치안이 나쁜 수도「워싱턴」으로서 번관 5백 명을 원했다는 사실이다. 그 뿐인가, 몇 만평이라는 커다란 공장에 곽 채워진 시설은 아주 방치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휴스턴」유인 자주선「센터」에 있는 5대의 거대한「컴퓨터」도 쉽게됨에 따라 시간당 가동 료가 싸지게 됐다. 그러면「나사」나 우주산업계는 앞으로도 계속 내리막길에 굴러 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나사」직원들은 비록 감원 선풍에 떨고는 있으면서도 우주 산업의 앞길이 반드시 암담하다고 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선 숙적인 소련이 무슨 요란한 우주 계획으로도 전해 올지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낙관을 뒷받침해 주고 있고 지금 추진되어 가고있는 우주「셔틀」, 우주「버스」등 계획이 또한 그들에게 밝은 전망을 주고 있다. 안전한 우주「셔틀」 이 만들어 지게되면 지구와 지구 주위의 대우주「스테이션」사이를 마치 여객기모양 왕복할 수 있게 되는데 그 개발 예산은 약 60억불이다.
계약 획득을 위해 벌써 각 회사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밖에도 75년의 무인 우주선의 화성착륙 등 혹성 탐사 계획이 마련돼 있다. 따라서 72회계 연도부터는 다시 예산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75년도엔 40억불이 넘게되고 다시 50억불을 넘어서게 될 날도 오게될 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22호에서 19호로 줄어든「아폴로」계획이 다시 3개쯤 더 줄게될 전망이 있는 등으로 해서「나사」와 우주산업계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더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더욱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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