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산 10% 기부 땐 상속세 10% 감면 … 프랑스는 낸 돈의 66%까지 소득세 깎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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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세금을 깎아줘서라도 부자들이 기부를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세금은 줄지만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회 전체로 봐서는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영국이 개인기부 천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부금 세액공제를 운영하는 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한다.

 영국은 2011년 ‘레거시10(Legacy 10)’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낮춰 세금을 10% 깎아준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63)의 재산은 약 30억 파운드(약 5조1300억원)로 영국 6위다. 그는 2011년 ‘레거시10’에 참여한다는 생전 유언장을 썼다. 그가 전 재산을 물려준다면 재산의 10%인 3억 파운드(약 5130억원)는 자동으로 자선단체에 간다. 그 이후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을 때 원래대로라면 10억7988만 파운드(1조8472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레거시10’ 덕분에 9억7189만 파운드(1조6624억원)로 줄어든다.

 영국은 또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 하되 돌려받을 세금을 얹어 기부하는 ‘기프트 에이드(Gift Aid)’를 운영하고 있다. 가령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이 1000만원을 기부할 경우 1000만원에 적용하는 세금(282만원)을 얹어서 1282만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보너스 기부 효과를 낸다.

 미국은 정부가 인정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소득의 50%(일부는 30%)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해준다. 미국 텍사스주 MD앤더슨 암센터는 지난해 운영비의 5%를 기부금(2090억원)으로 조달했다. 이 병원은 홈페이지에 소득공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기부를 유도한다. 반면 국내 병원은 기부금이 운영비의 1%도 채 안 된다.

 프랑스는 2003년 세법을 바꿔 기부금 세제 혜택을 넓혔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66%(연 소득의 20% 한도) 세액 감면을 받는다. 100억원을 버는 사람이 10억원을 기부하면 세금에서 6억6000만원을 깎아준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9일 입법예고한 세법개정안의 세액공제(15%) 수준보다 훨씬 높다. 독일도 2007년부터 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총소득의 5~10%에서 20%로 올렸다. 일본은 2000엔(약 2만원)을 넘는 개인기부금에 대해서는 소득의 40%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동호·신준봉·이정봉·김혜미·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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