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난이도 혼선 … 중하위권, 쉬운 A형 유리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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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원서 마감(6일)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평가가 3일 실시됐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지난 6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주관한 평가다. 재수생을 포함해 수험생 64만 명이 응시했다. 평가원은 이번 모의평가 출제방향에 대해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고 영역·과목별로 전체 문항의 70%를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 연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처음 도입되는 영어 수준별 시험(A·B형)의 난이도에 대해선 입시기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어렵게 출제되는 B형을 기준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우냐 쉬우냐가 기관별로 제각각이었다. 메가스터디와 대성학원은 “약간 어렵다”고 평가한 반면, 종로학원과 하늘교육은 “약간 쉽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위권 수험생을 중심으로 영어 B→A형 변경을 놓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

 반면에 국어와 수학에선 입시기관들의 난이도 분석이 비슷했다. 어려운 B형을 기준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국어는 어렵고 수학은 쉽거나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쉽게 출제되는 A형에선 6월 모의평가보다 ▶국어는 약간 어렵고 ▶수학은 비슷하거나 약간 쉬우며 ▶영어는 비슷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A형은 현대어 지문 … B형은 어려운 고어로 이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국어영역에선 조선시대 연시조인 안민영의 ‘매화사(梅花詞)’가 A·B형 공통 지문으로 나왔다.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 역시 표현상의 특징과 감상 태도 등을 묻는 문항이 똑같이 출제됐다. 그러나 B형은 지문을 고어(古語) 그대로 낸 반면 상대적으로 쉬운 A형은 현대어로 변역해 실었다. 같은 지문이지만 A형이 지문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B형 6일까지 변경할 수 있어=올해 수능에선 국어·수학·영어에 처음으로 수준별 시험(A·B형)이 도입되기 때문에 모의평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수험생들로선 실제 수능의 윤곽과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6일에 마감되는 수능 응시원서 접수에서 A·B형 중 무엇을 볼지 기재해야 한다. 이미 원서를 낸 학생이라도 6일까지는 A·B형을 변경할 수 있다. 두 차례의 모의평가에선 영어에서 어려운 B형 선택자가 많았다. 그러나 6월 모의평가에선 82.3%였던 영어 B형의 선택 비율이 이번 모의평가에선 75.1%로 줄었다.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 중에선 영어에서 B형을 선택한 수험생의 지원만 받는 곳이 많다. 중위권 대학은 A·B형 점수를 모두 인정하되 대학별로 B형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다 보니 대다수 학생이 수능에서 영어 B형 응시를 고려해 왔다. 하지만 A형 선택자가 소수이면 B형 가산점을 감안하더라도 중위권 대학에선 A형 선택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 영어 B형에서 5등급 이하가 예상되는 중하위권 수험생은 A형으로 바꾸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B형에서 6등급을 받을 실력의 학생이 A형을 선택하면 2~3등급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며 “지방 사립대들이 B형에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이득이 크지 않아 A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및 정시모집 전략은=수험생들은 이번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4일부터 각 대학 수시모집 원서를 써야 한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EBS 전속교사)는 “수시에서 합격하면 정시 지원을 못하는 만큼 이번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수시는 상향 지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올해 수시 논술전형에서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소재 사립대들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예년보다 완화했다. 이들 대학에선 논술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지난해보다 커졌다. 수시는 수시 1회차(수능 이전 원서 접수)와 수시 2회차(수능 이후 원서 접수)를 통틀어 최대 6회까지 지원할 수 있다. 내신성적이 좋은 중위권 학생이라면 수시 2회차를 감안해 여섯 번의 지원 기회를 1회차에서 모두 쓰지 말고 1~2회 남겨두는 것이 좋다.

성시윤·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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