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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시대로 가는 「평화」의 러쉬 아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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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덜레스」 미 국무장관과 「비신스키」 소련 외상이 대변하던 『대결의 시대』가 『화해와 협상의 시대』로 전환하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중동휴전의 성립과 독·소 불가침조약의 조인, 전략무기제한회담 (SALT)의 폐막을 앞둔 제한된 미소합의와 월남 연정안에 대한 미 측의 탄력성, 그리고 「유럽」 공동시장 (EEC) 확대안과 「라오스」 공산측의 협상기운 태동 등 일련의 외교적 움직임이 이를 입증한다. 그밖에 「베를린」 문제에 관한 미·영·불·소의 대사급 회담과 소련제안의 「유럽」안보회의 소집도 독·소 협약의 결과로 한층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오는 9월 15일 개막될 25차 「유엔」 총회엔 「닉슨」 대통령과 「코시긴」을 비롯한 각국 수뇌가 참석, 「유엔」이 일종의 「세계 정상회담」장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협상의 시대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건 초대국의 「국가이익」이다.
「인플레」와 반전여론과 과중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닉슨」행정부는 철군과 협상 「테이블」을 택했고, 중공의 팽창을 막기 위해 「크렘린」은 숙적이던 서독과 화해하는 한편 35개 사단의 대병력을 중공접경에 배치하는 일방, SALT를 통해 핵 군비를 감소, 그 대신 75년까지 농업부문투자를 70%증가해 식량부족을 극복해야할 입장이다. 「재정부담」과 「중공견제」에 의해 촉진되는 초대국들의 협상외교의 기조는 「현실안정」과 「현상유지」다.
지난 4월 16일 「헬싱키」 예비회담을 거쳐 「빈」에서 시작된 SALT 본회담에서 미소는 32차의 「마라톤」 회의 끝에 14일 폐막, 오는 가을 「헬싱키」에서 제2기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여기서 양측은 핵탄두 「미사일」, 전략폭격기, 「미사일」요격망 (ABM), 복수탄두「미사일」(MIRV)등 전략무기 가운데 탄도「미사일」증강을 현재 선에서 동결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개별유도복수탄두「미사일」 (MIEV)은 애초부터 논외였고 미국의 「포괄적 제한」과 소련의 1대 1 개수별 제한안이 부조화를 빚어 장기적 절충이 예상된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이래 SALT는 「제네바」 군축위와 더불어 획기적인 군축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12일 「모스크바」의 독소정상회담에서 조인된 불가침조약으로써 전후 「유럽」질서 즉 현 국경선 인정과 사실상의 강화조약이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서독과 소련·「폴란드」·「체코」와의 관계는 NATO와 「바르샤바」동맹과의 해빙을 「불가능」에서 일보 탈피시킬 만큼 「정상화」되고 독일분할의 기정사실화를 전제로 한 양 독 관계의 「정상화」가 굳어진 셈이며 이에 기초한 서구의 통합이 EEC 확대강화의 형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EEC는 영국 등 4개국의 가입과 「유럽」 회사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각국기업의 합병을 위해 「유럽」 어느 곳에 회사를 설립, 공동체전체의 기업으로 하려는 것이다. 영의 가입이 실현되면 EEC는 미소에 다음가는 세력을 이뤄 『서구의 독립성』 확립에 진일보하게 된다.
한편 최근 「로마」에서의 「나토」외상회의에서는 소련의 「유럽」안보회의 안에 신중한 반응을 표시하고 「나토」와 「바르샤바」 동맹의 군사 「블록」에 대치할 항구적인 평화질서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미·소는 또 「나세르」 통일「아랍」공화국 대통령과 「골다·메이어」 「이스라엘」 수상으로 하여금 「로저즈」 평화안을 수락하게 하고 「야링」 평화 특사의 중재로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외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휴전 감시방안, 「이스라엘」주권 인정문제, 점령지 철수문제, 「예루살렘」 , 「가자」 지구, 「골란」고원, 「요르단」서안, 「수에즈」운하 등 분쟁지구와 「팔레스타인」피난민 문제뿐 아니라 「이라크」·「시리아」·「알제리」 및 「팔레스타인·게릴라」의 주전론과 「이스라엘」 내 극우파의 반발이 겹쳐 중동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지난하다고는 하나 미소의 핵 대결이 일단 제지되었다는 건 커다란 성과다.
「닉슨」 대퉁령이 『선거를 통한 것이라면』, 「베트콩」의 참정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발언과 함께 「브루스」 신임 미국대표를 제78차 「파리」 평화협상에 파견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소련은 「라오스」내 공산군으로 하여금 남부의 「팍송」 및 「콩」도에 대한 공격을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서방제국이「푸마」수상에 반발하는 「라오스」극우파의 충동을 억제하도록 요청, 인지에서도 미·소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다.
이 「협상의 시대」에 도전하는 건 중공. 그러나 미국·중공관계와 소련·중공 및 「본」·중공관계도 「문혁」 이후의 중공의 새로운 외교활동으로 보아 경색에서 유동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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