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절도범의 도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즈음 서울의 변두리 지역에는 좀도둑과 TV 절도범들이 들끓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성동구 금호동과 수유리, 우이동, 불광동, 갈현동, 안암동 일대에는 거의 매일처럼 도난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이 경찰을 불신하고 정부를 원망하며, 집집마다 입만 열면 이사 할 궁리를 말하고 있을 정도라 한다. 서울의 도범 다발지역은 이외에도 월곡동, 길음동, 제기동, 휘경동 등지인 바, 이들 지역은 관할이 넓은데다 경관의 수는 적고 방범대원의 수조차 얼마 되지 않아 허술한 틈을 타고 도범 들이 날뛰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67년도에 도둑이 잦은 구역을 골라 흑선 지대를 설정하고 이들 흑선 지역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섰으나 전문적인 절도범들의 검거율은 매우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60년도의 절도건수는 5만 3천 9백 84건이었는데 반하여, 68연도에는 그것이 8만 4천 l백 84건으로 늘어났으며, 69연도에는 7만 4천 3백 53건, 금년 상반기에는 벌써 3만 6천 9백3 8건을 기록,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앙진 될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숫자는 경찰에 신고된 통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되지 않는 사건까지를 합하면 오늘날 절도범의 도량이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가를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오늘날 도범들은 전문화하여 특히 야간 주거침입 절도가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노리는 표적도 차차 고급화하여 TV·패물 등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피해액도 한 건당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5월에 검거된 7명의 TV전문 도둑일당의 행적을 보면 4개월 동안에 무려 1백여 대의 TV를 훔쳤고, 이들 TV는 하숙방에 옮겼다가 새벽마다 장물아비가 몰고 오는 「퍼블리카」에 실어내서 시중에 팔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대체로 절도 우범자를 두목으로 5명 내지 7명으로 조직된 직업 절도단원들로서 이들은 상습적으로 야간 주거침입 절도를 자행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검거되지 않는 것은 하나의 수수께끼라 할 것이다.
이것은 각 경찰서간에 횡적 연락이 잘 안되고 있고, 도범 검거에 기를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들이 절도행각을 계속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경찰의 단속이 소홀한 것과 장물아비들의 장사 속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장물아비들은 절도범들의 절도행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장물아비를 잡기만 하면 절도단들의 검거는 다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실상 이들 장물아비는 요즘 와서 그 수법까지도 지능화하여 장물을 비행기에 실어 지방으로 흘러보내거나 분해·재조립하는 등 교묘한 수법까지 다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장물아비의 검거는 경찰이 정말로 맘먹기에 따라서는 쉽게 일망타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 할 수 있다.
고물상 영업허가 사무는 경찰서장의 관장이며 이들 고물상들은 알고 서건 모르고 서건 간에 많은 장물을 취급할 것이 거의 틀림없기 때문에 이들만 잘 단속하면 장물아비들의 일망타진은 문제없을 것으로 일반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물아비들 중 TV전문은 시내 종로 모처에 땅굴을 파두고 있다는 소식이고 또 시계전문은 동대문시장 안에 도깨비 굴을 파놓고 있다는 소식인데 경찰이 이 사실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 장물아비들의 소탕만 끝내면 장물처분을 할 수 없어 절도들은 줄어들 것이요, 장물아비들을 단속하면 전문 절도단들의 검거도 무난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일반의 견해는 매우 타당하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현재의 수사 형사진 만을 가지고서는 모든 범죄사건의 1백% 검거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도 물론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수사경찰의 푸대접이 만성화하여 진급에서조차 누락되는 등 하여 사기가 몹시 저하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부는 깡패의 행패 못지 않게 직업적인 야간 주거침입 절도단의 발호가 민심을 소란하게 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수사경찰을 강화하고 수사비를 증액하여 야간 주거침입 상습 절도범들을 근절해 주기 바란다. 조사경찰도 개별적인 공명심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상호 연락하여 범인수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사당국이 타 업무에 밀려서건, 개인적인 공명심 때문이건 간에 본연의 방범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해서야 국가의 위신이 서겠는가. 정부는 우선 국가의 최소한도의 목적인 국민의 신체, 재산의 안전만이라도 기필 확보해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