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의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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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국> ○·구리 9단 ●·이세돌 9단(1승1패)

제9보(101~110)=구리 9단, 재미있는 사람이지요. 바둑에 대한 감각도 천부적입니다. 이 판도 아주 부드러운 행마로 이세돌 9단의 강공을 무산시키며 우세를 잡았지 않습니까. 한데 우세를 잡은 뒤가 문제지요. 전보에서 보여줬듯 낙관무드에 젖어 잔돈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겁니다. 지금부터의 승부호흡도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104까지 차단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제 ‘참고도1’ 백1로 두면 흑 석 점을 잡게 됩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흑▲와 백△의 교환이 교묘하지 않습니까. 문득 싱겁다는 생각이 든 구리 9단은 판을 면밀히 살피더니 106의 요소를 찾아내 힘차게 두드립니다. 좋은 수라는 찬사가 쏟아집니다. 이 수는 ‘참고도2’ 백1을 보고 있습니다. 흑2 받으면 백3. 여기에서 흑은 우변을 뚫릴 수도 없고 한 점을 버릴 수도 없어 응수가 두절되고 맙니다. 게다가 중앙의 지형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백A로 움직이는 결정적인 노림수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107로 강렬히 붙여갔습니다. ‘참고도2’를 생각한다면 백에 조금이라도 틈을 줄 수 없다고 본 겁니다. 108로 젖히자 109의 이단젖힘이 터져 나옵니다. 중앙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짜릿한 강수네요. 하지만 구리 9단도 기백 넘치는 110이란 최강수로 응수합니다. 구리는 잔돈에는 허술하지만 이런 전투엔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지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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