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이소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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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04면

최근 본 동영상 중 압권은 이소룡이 쌍절곤을 휘두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유튜브에 ‘bruce lee ping pong’이라고 치면 보실 수 있는 2분38초짜리 흑백 동영상입니다. 몇 년 전 노키아에서 한정판 이소룡 휴대전화를 만들면서 광고용으로 입수한 옛날 영상 같은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집니다. 경지에 오른 사람의 내공이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보여주더라고요.

현란하게 허공을 가르던 이소룡의 쌍절곤은 날아오는 탁구공을 정확하게 가격하며 탁구 선수들을 쩔쩔매게 합니다. 심지어 허공을 향해 던지는 성냥에 불을 척척 붙이기도 하지요.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표현이겠죠.

1973년 서른셋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40년. 그는 여전히 무도인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브루스 리: 쿵후와 예술,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의 대규모 전시가 얼마 전 개막됐죠. 최고의 액션 영화로 꼽히는 ‘정무문’은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8월 29일 광주광역시 광주극장에서 재개봉됐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그가 남긴 말이 ‘어록’이 되어 떠돕니다. 달인의 말은 곧 철학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너도 이기는 방법을 배우고자 갈망할 것이다. 그리고 지는 방법 따위는 결코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패배하는 법-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 패배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너는 자유롭고 조화로운 강물처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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