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속에 쌓인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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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0년대를 맞아 새 차원에서의 협력체제 구축을 강조했던 제4차 한·일 정기 각료회의는 한마디로 그 『표면적인 성과에 내부적인 숙제』를 결과했다는 중평이다.
비록 규모는 미정이지만 이번에 정부가 가장 큰 핵심문제로 제기한 4대 중공업 공장 및 계열공장 건설을 위한 자본협력 요구에 대해 일본이 『협력할 용의』를 다짐했고 농업개발·수출산업 및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요청한 1억불 상당의 원화 차관에 대해 『전진적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확실히 이번 회의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일본이 대한 투자 확대 및 양국간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일련의 구체적인 노력을 할 뜻을 밝힌 것도 성과에 속한다.
또한 양국의 안보를 포함한 극동안보에 관해 『미군의 극동주둔이 이 지역 안전에 큰 지주가 된다』는 점을 강조, 완곡하게나마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안보문제에 관해 조심스러워야 했던 쌍방의 「입장」에 비추어 정치적 의의가 큰 소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공동성명에서는 언급이 없었으나 국제정세에 관한 토의에서 지난해의 「닉슨·사또」성명을 인용, 한국의 안보가 일본의 안보에 긴요하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과 한반도에 있어서 북괴의 침략적 도발이 긴장상태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 것 등도 일본이 한국의 정치정세에 대한 평가에 전진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무튼 양국은 현 단계에서는 경제협력 강화가 한·일의 안전과 번영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여러 성과 특히 경제면의 성과와 관련해서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중공업 차관의 규모와 원화 차관 1억불의 공여조건 및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다.
일본측은 정부가 당초 요청한 중공업 차관 1억불 중 4대 핵심공장 건설을 위한 5천 9백만불에 한해 협력 의사를 표명했으며 또 원화 차관 l억불에 대해서도 우선 5천만불만을 수출입은행 재정차관으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상업「베이스」를 고집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장차 이 분야의 자본협력 규모가 1억불이상 2억불 범위 안에서 신축성 있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회의는 많은 현안문제에 관해 조사단의 파견과 별도의 회의소집을 약속함으로써 이의 해결을 뒤로 미뤘다.
즉 ①투자단 환경개선에 필요한 문제점 협의를 위한 조사단 ②업종별 민간투자 조사단 ③지하철, 전철 기술조사단 ④낙동·영산강 유역 개발 기술조사단 ⑤구미 기술고교 설립 조사단 등을 한국에 파견키로 했으며 ①「페리·보트」통관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양국 국장급회의 ②해운협정 체결을 위한 관계자 회의(9월 동경서) ③해태 거래방식 및 수입시기 개선 실무자회의 ④원화 차관 문제협의 등을 모두 관계 실무자급 협상에 미뤄 놓았다.
경제계는 이번 회의의 성과가 컸다고 하면서도 자본협력 문제에 치중한 나머지 무역 역조 개선문제를 비롯한 다른 현안타결에는 소홀한 점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는데 이는 주요한 현안 해결이 실무자회담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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