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바른 팔 키신저의 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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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정치) 기상도를 결정하는 사나이』-. 닉슨의 안보담당 보좌관 「헨리·키신저」를 두고 미국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부른다. 그러나 이 막강의 막후 실력자가 어쩌면「자의반 타의반」의 사직을 할지도 모른다는 풍설이 최근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이런 관측은 캄보디아 개입 후 그의 입장이 몹시 곤란해졌다는 점과 내년 2월까지 학계에 복귀하지 않으면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영영 잃게된다는 사실 등 몇가지의 『그럴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풍설 이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서독 대사관에서 있은 한 파티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학계를 떠나 정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적을 많이 만들게된다는 차이밖엔 없다』고 가볍게 넘겠다하나 일부에선 이 「현실적인 적」의 의미를 두고 묘한 풀이를 하고 있다. 즉 이는 공산 진영 뿐 아니라 국무성의 관리들과 백악관 「스탭」진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
주요 외교 정책에 대해 국무성이 손쓸 틈도 주지 않고 닉슨과 단둘이서 결정해 버린다는 비난은 그의 취임 초부터 나돌던 얘기다. 그러나 그의 이런 「전횡 버릇」은 자기 밑의 스탭들에게도 강요되어 많은 말썽을 빚어왔다.
특히 캄보디아 개입 직후에는 한꺼번에 5명씩이나 사표를 내어 불화는 절정에 이른 감을 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키신저를 괴롭게 한 것은 반전 무드에 젖은 국민들이 인지전의 책임을 그의 외교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 견해로는 「유임」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반 전파와 학계는 물론 국무성의 관리들과 자기의 「스탭」진으로부터도 소외당하고 있는 현재의 입장으로 봐서 유임한다해도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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