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 이홍하 설립 4개대 경영부실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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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비 등 1000억여원 횡령 혐의로 지난 6월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홍하(74)씨가 설립한 4개 대학 전부가 교육부에 의해 경영부실대학으로 29일 지정됐다. 서남대·신경대·한려대(이상 4년제), 광양보건대(전문대) 등이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내년 한 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 중단된다.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며 국가장학금도 전혀 못 받는다. 이들 대학은 신입생을 받기 힘들어져 퇴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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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이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송용호)를 열고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4년제 대학·전문대 35곳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는 2011년 이후 올해로 세 번째다. 4년제 대학 198곳, 전문대 139곳을 대상으로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 8개 지표(전문대는 9개)를 상대평가해 각각 하위 15%를 추린 결과다.

 4년제 대학 중에선 성공회대·성결대·대구한의대·동양대·호남대 등 18곳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들었다. 전문대 중에선 숭의여대·웅지세무대·부산예술대 등 17곳이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내년 한 해 정부의 재정 지원(중앙정부 3조3000억원, 지방자치단체 5000억원) 신청 기회가 차단된다. 다만 개인 단위의 교수 연구비는 예외다.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과 연계해 국가가 대학에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도 신입생에 한해 지급이 정지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35곳 중에서도 부실(不實) 정도가 큰 대학 14곳(4년제 6개, 전문대 8개)은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도 지정됐다. 이들 대학의 내년 신입생 중 가구소득이 상위 30%인 학생은 학자금 대출을 등록금의 70%(일부 대학은 30%)까지만 받을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중 9곳은 ‘경영부실대학’으로 추가 지정됐다. 이홍하씨가 설립한 4곳 외에 제주국제대·한중대·벽성대·부산예술대·영남외국어대 등이다.

 서남대 등 이씨가 세운 대학 관계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서남대는 지난 7월 교육부가 임시이사 8명을 선임해 학교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한려대·신경대·광양보건대는 서남대와는 달리 이씨 가족이나 측근들이 여전히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3개 대학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씨의 재판 등을 감안해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교육부의 경영부실대학 선정은 저출산 영향으로 2018년엔 대학 모집정원이 고교 졸업자보다 많아지는 ‘정원 역전’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학을 빼놓곤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21곳 중 10곳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다. 정부는 전체 대학 중 10%,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 나머지 5%를 추려 매년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선정한다. 여기에 한 번 든 대학 중 일부가 구조조정에 성공해 ‘졸업’하면 새로운 대학들이 다음 해에 포함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상대평가 등 선정 방식에 대한 대학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매년 지정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박백범 대학지원실장은 “재정지원이 끊긴 대학 중 상당수가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대학의 질 제고와 국가 재정 낭비 방지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시윤, 광양=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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