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승1패] 구리,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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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3국>
○·구리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8보(92~100)=승부를 미리 알고 바둑을 감상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복기란 결과를 알기에 가능한 거지요. 만약 결과가 없는 상태라면 제아무리 고수들이라도 패착에 대해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승복한다 해도 감(感)이 다르겠지요. 이 판의 결과가 ‘반 집’이라고 밝힌 이유도 비슷합니다. 유리한 백의 부자 몸조심, 불리한 흑의 강렬한 버티기 등을 통해 반 집으로 흘러가는 승부 호흡을 함께 느껴보자는 거지요.

 92는 방심의 한 수입니다. 흔히 그렇게 두니까 무심히 두었겠지요. 아무튼 실수인데요, 구리 9단은 바로 이런 허술함 때문에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란 소리를 듣는 겁니다. 92는 ‘참고도1’ 백1이 정수라는 결론입니다. 지금 바둑은 좌변이 정리된 상태여서 흑이 A로 젖혀 변신할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따라서 92보다는 이쪽이 훨씬 이득이지요(실전은 흑B나 C가 남았습니다).

 구리는 96에 두어 흑 전체를 괴롭힙니다. 이렇게 즐거움이 많은 바둑이라 잔돈 한두 푼엔 신경 쓰고 싶지 않겠지요. 이세돌 9단의 흑97은 냉정합니다. 반 시체인 흑▲ 석 점을 놓고 타협하고 있지요. 최소한 잡아가라고 요구합니다. 구리는 타협안을 받아들여 98로 절단합니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계산이지요. 시종 낙관 무드입니다.

 99는 정수지요. 자칫 ‘참고도2’처럼 늦추는 수가 있을 듯싶지만 백2의 맥점과 8로 인해 결국 차단당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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