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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서울·펜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회 나흘째에 접어든 2일 제4차 회의에서 주제(판소리에 있어서의 해학) 발표를 할 예정이던 전 성균관 대학 총장 서두수 박사는 사회자 폴·터보리씨가 잘못 알고 그만 폐회를 선언해 버려 연설을 하지도 못했다.
미 워싱턴 대학교수로 12년 동안 한국 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서 박사는 모처럼 고국에서의 강연을 위해 원고를 준비했다가 그냥 연단을 내려오게 되자 몹시 섭섭한 눈치.
3일의 원탁회의에 나온 일본의 원로 시인 구사노·심뻬이(초야심평)씨는 『개구리 예찬론』으로 해학을 폈다.
일본의 고유 의상을 입고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단한 그는 영어가 부족해서 설명을 잘못한다면서 독특한 제스처로 『5마리의 개구리』라는 그의 시를 더듬 읽다가 『캬!』하고 크게 소리쳐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펜 대회에 참석 중인 임어당 박사는 2일 하오5시 서강대학교 강당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라는 주제의 특별 강연회를 가졌다.
임 박사는 그의 독특한 유머로 시종 청중들을 웃겨 가면서 『요즘 대학은 학위나 졸업장을 타기 위해 가는 경향인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교육은 대학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프랑스의 극작가 토니·마이에씨는 2일 하오6시부터 11시까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남사당의 집』에서 꼭두각시놀음을 구경하며 남사당 대표 심우성씨와 막걸리를 마셨다. 그는 자기 고향 민속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봉산탈 2점을 얻어 갔고, 꼭두각시놀음을 프랑스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귀로에 마이에씨는 도깨비 집으로 알려져 있는 조자용씨의 귀면와 컬렉션을 보고 기생집에 안 가길 잘했다면서 『하룻밤 쉬고 가게 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펜 대표들은 1일과 2일 신세계 백화점·동대문 시장·아케이드 등에 들려 쇼핑을 즐기기도 했는데 인기 품목은 요즘 만든 백자·청자·실크 등.
신세계에 들른 존·킬른스(미)·도널드·킨(미)·사이또·시게따(일)씨 등은 모두 백자·청자 등을 샀고, 마시모·고이찌(일)씨는 통영 갓 2개를 샀다.
찰즈·플러드(미)씨는 동대문 시장에서 실크를 쇼핑했고, 업다이크씨의 딸 엘리자베드 양은 아케이드에서 자주색 갑사로 한복을 맞추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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