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파고드는 공해 요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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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가에 날로 공해 업소와 유흥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정결·안온해야 할 주택가에 어느새 소규모 공장들이 군데군데 파고드는가 하면 여관·목욕탕·「카바레」등 유흥업소가 눈에 거슬린 만큼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 뿐 아니라, 학교 주변에도 버젓이 유흥업소가 늘어나고, 쓰레기 적환장이며, 엿 공장·제재소·과자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어 학생들과 주민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좀먹고 있다.
근래에 서울시는 시내 공해 업소를 적발하여 상당수에는 이전 명령을 내리고, 상당수에는 시설 개선 명령을 내렸으나 아직도 대다수 공해 업소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상수도 시설이 없어 전적으로 우물에 의존하는 마을 한가운데에 세워진 공장에서 버리는 유독 폐수가 처리 시설 없이 방류되어 우물물을 오염시켜 배탈과 피붓병을 일으키는 등 지하수 오염에 의한 공해 피해가 발생했는가 하면, 주택가에서 엿 공장이나 식품 공장이 생겨 악취를 풍기고, 화재의 위험마저 주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공해 업소 중에는 서울시가 그 동안 수차에 걸쳐 공해 시설 조사를 했는데도 아직껏 대상으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또 당국이 시설 개수 명령을 내렸는데도 불응하는 업소도 있는 줄 안다. 이리하여 이를 철저히 가려내어 공해 업소를 주택가에서 하루 빨리 추방해야 할 필요성은 이제 화급한 문제로 등장한 감이 있는 것이다.
한편 주택가에 들어서기 시작한 유흥업소가 주민들의 자녀 교육상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이들 목욕탕이며 「호텔」·여관들이 주택가로 들어와 주택용으로 사용될 수도물을 빼돌려 가정이나 변두리 주민들을 못살게 굴뿐만 아니라, 풍기 문란 행위를 일삼아 많은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 종삼동 집단적인 윤락가가 당국에 의하여 강제 철거됨으로써 이들 윤락 행위자가 주택가로 숨어들어 여관이나 목욕탕 등에 진을 친다면 어느 것이 더 큰 해악이 될 것인지 서울시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목욕탕의 영업 허가에 있어 주택가에는 독탕 등을 허가치 말아야 할 것이요, 숙박업의 영업 허가에 있어서도 주택가에는 고층 건물의 여관, 「호텔」 등의 영업 허가를 억제하고 풍기 문란 행위가 행해지지 않도록 특별히 감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기장의 영업 허가에 있어서도 주택가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고된 하루의 노동에서 해방되어 안정을 취해야 할 주택가가 공해와 유흥업소에 의하여 안온이 파괴된다고 하면 시민의 육체적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정신 위생상으로도 크게 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화려한 전시적인 사업에 열중하기에 앞서 적어도 시민의 주거의 안전을 확보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 행정부터 전개해야만 할 것이다. 보사부 장관은 지난 6월5일 서울 시장에게 공한을 보내어 한강과 서울의 대기 오염은 한계점에 달했음을 경고하고. 공해 방지 대책 10개항을 촉구한바 있거니와 서울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실천해 주기 바란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공해 대상 업소에 대한 정리 계획을 확정하고 총 2천5백91개소를 올해부터 74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시키기로 했다고 하는 바 연내에는 2백18개소만을 이전하리라 하는데 보다 많은 공해 업소를 금년 안에 이전해 주기 바라며 주택가에 있는 유흥업소도 하루빨리 건전화하여 주택가의 평안을 회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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