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의「삼각관계」…겸직파동|김세영의원 의원직사퇴서 제출후의 새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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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겸직의원파동」은 이효상국회의장이 뜻밖에 법사위의 유권해석을 일축하고 겸직의원을 일괄해서 자격심사에 넘긴데이어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김세영의원(신민)이 돌연 의원사퇴서를 국회에 접수시킴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의원은 이의장이 29일 공화당 방침에 반하여 겸직의원 문제를 국회법 제1백30조 이하 규정에따라 자격심사「케이스」로 처리할 것 이라고 밝힌 7시간뒤에 유리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낸 것이다. 김의원의 사표는 멀지않아 국회본회의 결의로 처리되겠지만, 겸직문제를 둘러싼 공화당과·이효상의장·신민당 간의 「삼각관계」는 더욱 착잡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삼각관계」는 이의장이 『김세영·김종철 의원의 겸직으로 인한 퇴직이 의장의 통고로 충분하다』는 28일의 법사위 해석에 불응한데서 비롯했고, 전례없는 이의장과 공화당 간의 의견대립은 「진기한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이의장이 과연 순수한 자의에 의해 겸직의원을 모두 야당이 요구한대로 자격심사에 돌리기로 한 것인가에 대해 다소간의 의문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이의장의 이같은 발표후에도 공화당 간부들이 계속 당방침을 관철키로한 점에 비추어 이의장은 의장직을 걸고 독자적으로 결심했을 가능성이 많다.
이의장이 겸직의원의 확대에 크게 고심한 흔적은 역연하다.
지난 20일 정부측 통고로 시작된 「겸직파동」이 확대되자 이의장은 한때 김세영 김종철 두의원만 퇴직시킨다는 공화당 방침에 따르는 듯 하다가 법사위에 해석을 물었었다. 이동안에 이의장은 비서들에게까지 의견을 물었으며 28일에는 광릉숲속을 거닐며 심사숙고 했다고한다.
이의장의 결심은 야당이 제출한 「겸직의원 자격심사청구서」를 법사위에 넘기면서 해당의원들에게 30일까지 소명자료를 내도록 통보할때부터 이미 서있었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않다.
어쨌든 이의장이 겸직문제를 뒷전에 넘김으로써 공화당은 적잖이 난처해졌다.
공화당은「겸직」이 퇴직사유가 된다고 발상한 정부측 입장도 고려하여 여야에서 1명씩,두 김의원만 퇴직시켜 문제를 아무릴 속셈이었다. 그러나 결원퇴직문제의 열쇠를 쥐고있는 이의장이 돌연「올·오어·나싱」(일괄 아니면 전무)의 입장을 취하자 당혹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그래서 공화당은 법사위에 계류중인 「자격심사청구」를 심사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를 달아 이의장에게 반송하는 문제까지 검토하기에 이른것이다.
무리를 무릅쓰고 「겸직파동」을 재단하려던·공화당방침이 이같이 좌절되고 공화당과 이의장과의 관계가 미묘해지자 신민당의 입장이 다시 반전됐다. 신민당의 주장이 합리성을 띤 것으로 판정된 셈이며 법사위 결의의 무효화 투쟁을 않아도 되게끔 된것이다.
법사위의 유권해석이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본회의에 보고된 후에나 발효될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워 시간을 벌려는터에 이의장의 조치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래서 신민당은 이의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했다』는 칭찬까지 보냈다.
이같이 겸직문제가 (1)자동퇴직→(2)법사위해석→(3)자격심사 등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입장은 몇차례 곤두박질했다.
당초 김세영의원이 겸직에 걸리자 신민당은 당황했었다. 대응책으로 야당은 여당의원의 겸직여부를 조사하게 됐고 그결과 10여명이나 겸직혐의 의원이 나타나자 사태는 공화당의 수세로 역전됐다. 그뒤 두 김의원에 대한 법사위 해석, 이의장의 반론, 김세영의원의 사표 등 숨가쁘게 전개된 상황에서 여야는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특히 김의원의 사표가 제출된 마지막 상황은 야당에 충격을 준듯하다. 신민당이 「10대1」로도 안바꾼다던 김의원이 나자빠짐으로써 야당은 투쟁목표를 상실했으며 김의원을 구제하기 위해 내세웠던 주장이 수포화하고 만것이다.
이제 신민당 주장대로 겸직의원을 자격심사하게 된다면 3분의2 찬성이라는 어려운 관문때문에 모두 구제될 것이 명백해졌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지금까지의 노선을 바꿀수도 없게됐다. 다만 신민당은 김의원의 사표가 본회의에서 허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조사, 제출한 겸직의원을 들어 정치적공세를 취할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이라는게 신민당 한 간부의 말이다. 한편 공화당이 스스로 퇴직시키겠다던 김종철의원을 어떻게 조처할 것인가는 주목거리다. 여당 일부에서는 김세영의원과 같이 자진 사퇴하기를 기대하는 이가있고 김의원 자신도 사의를 비친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김의원 마저 사표를 낸다면 두 김의원 문제만은 일단락 되지만 그렇다고 겸직파동이 모두 가라 앉으리라고는 속단할수 없다. 이문제와 관련해서 여야간에 다른 「기브·앤드·테이크」가 있게되면 별문제지만….
공화당이 빗나간 강경을 어떻게 둔화하고 신민당이 좌표를 어떻게 다시 설정하느냐에 따라 7월1일에 속개되는 임시국회의 기류도 정해질것 같다. 회기말(18일)까지 겸직문제로만 정국이 휘몰아 갈지, 새로운 돌파구가 생겨날지 예견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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