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vs 선별 … 지방선거용 복지전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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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일을 남긴 지방선거(6월4일)를 앞두고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의 대결 구도가 재연될 조짐이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계기로 촉발된 복지 프레임 논쟁이 2년 만에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21일 경기도는 올해 추경 안에 포함될 예정이던 무상급식 지원예산 53억원과 친환경 농산물 지원예산 30억원을 삭감했다. 앞서 김문수 경기지사는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860억원 중 결식아동 지원(187억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앴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접근법은 다르다. 서울시는 13일부터 시내버스 350개 노선에 걸친 음성안내 및 포스터, 지하철 1∼4호선 내 동영상, 시 소유 전광판 90여 개를 통해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라고 홍보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무상보육 재정, 즉 보편적 복지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는 보편적 복지가 대세였다.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서 새누리당이 치명상을 입으면서 새누리당도 보편적 복지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일부 광역단체장이 보편적 복지 노선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이나 공공의료원의 재정적자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홍준표 경남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최근 발생한 증세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명지대 윤종빈(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민이 과거엔 무조건 복지 수혜만 기대했다면 최근 들어선 복지에 세금이 따르고,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는 “증세 없이 복지공약 실현이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지지하면서 아직은 선별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당내에선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아니면 상위 30%를 제외한 70%에게만 무상복지 혜택이 적용되도록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복지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지 공개해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난에 처한 인천(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만 해도 경기도와 달리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내년에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학교로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하려던 계획은 접었다. 나아가 민주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거둬 보편적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경희대 임성호(정치외교학) 교수는 “민주당은 세금 이슈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가 복지공약 이행을 정권 심판론과 결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지 이슈의 폭발력을 반영하듯 상대 진영은 광역단체장들의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군인 김진표 의원은 20일 김문수 지사를 향해 “개인의 차기 행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구도를 만들어 보수층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제5정조위원장은 “박 시장은 서울시 무상보육 위기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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