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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애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8일 정부는 외제 양복지 및 양장지의 판매행위와 가공을 금지하고 6윌16일부터 일제 단속하여 해외 여행자의 양복지 반입도 불허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전국 모직물 업자 1백40여명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당국에 대한 진정에 근거하여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전국모직업자들의 진정에 의하면 거리에는 밀수옷감이 범람하여 국산 양복지·양장지의 매상고가 작년의 반으로 줄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모두 도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하며, 이미 군소 방직 생산업자들은 문을 닫았고, B방직 등 우수한 직물을 생산하던 굴지의 생산업체도 부도를 내는 등 운영난에 빠져있다 한다.
외제 양복지나 양장지가 범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①원단 값이 경우에 따라서는 외제가 국산보다 현저하게 나을 수도 있고 ②고객들이 외제만을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고객들이 외제만을 찾기에 질이 좋은 국산을 외제라고 속여서 팔 경우도 많다고 하거니와,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유발하게 될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상인들의 조사에 의하면 유명 양장점의 8할 이상이 외제를 취급하고 있고, 모두 단골외제 브로커를 통하여 원단을 구하고 있다고 하는바, 밀수품의 단속과 밀수행위의 근절도 필요하거니와, 외제를 배격하고 국산품을 애용하는 국민정신의 진작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는 사치와 낭비를 추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 허례허식을 일소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나 부유층과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에 사치와 낭비풍조가 뿌리뽑혀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궁전과 같은 외제재료만 사용한 호화주택에 살며, 외제 승용차를 굴리며 외제로만 몸을 휘감고, 외제담배에 외제 술만 쓰고 있는 터에 일반인에게만 국산품애용을 강권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또 소비적인 파티에 1천3백만원 이상의 혈세를 사용하는 등 정부가 낭비를 일삼고 있는 경우, 국민들에게만 국산품을 애용하라고 강제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온 국민이 국산품을 애용하게 하기 위하여서는 지도층부터 솔선하여 국산품을 항용 하여야 할 것이요, 허식과 낭비를 삼가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또 국산품의 생산업자도 최대한의 기술을 발휘하여 외제에 못지 않은 국산품을 생산하여야할 것이요, 경영의 합리화를 통하여 생산 코스트를 낮추어야만 할 것이다. 질이 나쁜 국산품이 외제보다 비싼 경우, 누가 즐겨 국산품을 쓸것인지 생산업자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담배의 경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현저한데, 정부는 전매품의 질부터 높여 양담배를 피우는 공무원은 파면하는 등 강제조치가 없어도 모든 국민이 즐겨 국산담배를 피우도록 사기업에 앞서 솔선 수범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제까지 거의 방치했던 외제옷감을 늦게나마 단속하게된 것을 환영하면서 생산업자나 도매업자들을 도산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하여 과다한 물품세 등을 인하해주는 방법 등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외제옷감이 국산보다도 쌀 수 있는 것은 외제옷감은 관세를 포탈했거나 물품세 등을 포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바, 정부는 이들 외제브로커에게는 관세나 물품세를 추징하는 것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비록 외제가 질이 좋고 비싸지 않다고 하더라도 외제를 상용하는 경우, 국민경제의 파탄이 예상되고 대외 부채만 늘어날 것이요, 대외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기에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산품을 애용하여 국내업자의 도산 위기를 막아 주고 국부의 증강에 이바지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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