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마철에도 통하는 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6일 국무회의는 말썽 많던 전화 가입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전기 통신법 중 개정안을 의결했고 곧 국회에 제출하여 이번 회기 안에 입법화할 방침이라 한다. 차관 회의에서는 전화 가입권의 속도 금지는 고식적인 수단이기에 전화 시설 용량을 증가함으로써 전화 기근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하고 정부-여당 연석 회의에서도 전화 시설의 확충을 건의하고 전화 가입권의 양도 금지에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신부는 전화 시설이 수요량에 못 따르기에 정부-여당의 반대와 재산권 침해라는 항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신규 가입 전화는 매매를 금지할 결심인 것 같다. 그 동안 체신부에서는 자체 조사의 결과 평상시에도 세 번 걸어야 한번 통화된다는 통계를 발표한바 있거니와 이는 전화 시설의 노후와 시설 용량을 훨씬 넘는 과다 가입 때문이라고 자체 허가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장마철만 되면 전화의 소통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 전화 「케이블」의 침수며, 기타 사정으로 장마철만 되면 통화 불능 지역이 늘어나고 시민의 짜증만 자아내는데 금년에도 체신부는 장마철의 전화 소통을 완전히 할 수 없게되리라 한다. 체신부가 연초에 세운 장마철에 대비한 시설 대체 대상은 ①전화기 7만2천대 ②「케이블」 2만6천8백m ③단자함 3천5백개 ④전주 3천3백개 ⑤인입선 50만m인데 26일까지 전화기는 한대도 바꾸지 못하여 0%, 「케이블」은 61%, 단자함은 33%, 전주 33%, 인입선 69% 밖에 바꾸지 못하여 전체적인 실적은 50%를 하회하고 있는 사실이 나타났다.
체신부의 시설 대체가 이와 같이 부진한 이유는 자재 구입비가 예산 편성 당시보다 올랐고 「케이블」이나 전화기 대체는 예산에도 반영되어 있지 앓았기 때문인 것으로 들린다. 체신부도 정부의 한 기관이기 때문에 세출 예산의 구애를 받으며 정부 예산의 부족으로 시설 확충이 어렵다는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전화 회계만을 독립해서 고찰해 볼 때 세계에서 제일 비싼 가설료와 서비스료, 용량 포화 수용 때문에 수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데도 이를 타 부처로 전입시켜 주고 전화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수익자 부담이라는 미명하의 전화 행정이 허구임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체신부는 전화 행정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이를 전화 가입자를 위해서 시설 확충, 서비스 개선 등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할 것이요, 노후 전화 시설을 대체하고 신규 시설을 확장하여 시설 용량을 증대하며 시민의 통화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전화가 짜증 통이라고 불려진지도 이미 오래이니 전화를 문명의 이기로서 누구나 원할 때 가설할 수 있고 원할 때 당장에 통화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할 것이다.
정보 시대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통신 수단인 전화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는 것이요, 전화만 들면 통화중이거나 잡음이 나기 일쑤요, 한 통화를 하려고 해도 몇 번이나 걸어야 하고 장시간 기다려야하는 불편을 시민에게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체신부는 부득이하여 전기 통신법을 개정하는 경우도 가수요의 억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신규 시설을 확충하는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시설 용량이 확충되면 가설비도 자동적으로 인상될 것이며 전화 흑자도 많아질 것이 예상되니 기채를 하든지 추경 예산에 반영해서라도 자금을 확보하여 노후 전화 시설을 대체하여 장마철에도 전화 소통이 원활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