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캄보디아」 군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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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 미국무성 대변인「 칼·바츠」씨는 미국이 월남과 그 밖의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제국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에 군원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23일의 외신 보도에 의하면 캄보디아는 월남과 태국에 대해 지원병 3만명씩을 파견해 주도록 요청했고 한국에 대해서도 병력을 파견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지원 문제에 관해 정부는 이미 비군사적 지원, 예를 들어 의약품·식량·의류 등의 지원을 명백히 한바 있으나 군사적인 지원에 관한 한, 그 어떤 논의도 없었음을 밝히고 그것을 부인하여 왔다. 그러나 전기한 보도를 간추려 볼 때 미국이나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에 대해 파병을 비롯한 군원을 희망하고 있음은 거의 틀림이 없는 것 같고 그에 따라 한국은 이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검토하며 그에 대한 태도를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당도한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서 비군사적 지원은 명분이나 조건을 따질 필요가 없이 인도적 견지에서 그것이 가능함을 말하고, 그것마저 인색할 수 없음을 피력한바 있다. 그러나 군사적 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명분이나 조건은 물론 실리를 찾기가 적이 힘들 것임을 표명하고 신중히 검토할 것을 요망한바 있다.
한마디로 군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군수 물자의 지원, 비 전투 부대의 파견, 전투 부대의 파견, 미월 협동 작전의 참여, 주월 한국군의 작전 지역 이동 등 여러 가지 형태를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한국이 직면한 정세, 한국이 가지고 있는 능력, 한국과 캄보디아와의 특수 관계, 미국의 대 동남아 정책 등에 비추어 그 실현은 어려운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아시아 여타 국의 입장과는 달리 북괴의 도발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국의 능력으로 보아 전선을 2면, 3면으로 펼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하겠다. 또 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를 볼 때 최근 국교를 정상화할 것에 합의는 보았으나 중립국인 캄보디아에 대해 군원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성립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대 동남아 정책을 볼 때도 월남에서의 철군은 기정 방침으로 돼있고 대 캄보디아 작전은 그 범위나 시간이 극히 제약 돼 있으며 그 정책은 유동적인 것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군원 형태 가운데 비전투 부대, 예를 들어 이동 외과 병원이라든지, 건설부대의 파견이라든지 또는 주월 국군으로 하여금 미-월 협동 작전에 참여시키거나 작전 지역을 캄보디아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전투 부대 1개 중대의 파견의 경우든, 전투 부대 1개 사단의 파유의 경우를 막론하고 그 절차는 마찬가지로 복잡한 것이며 그 명분이나 조건을 찾는데 있어서는 똑같이 힘든 것이다. 또 미-월 협동 작전이나 작전 지역 이동의 경우, 그것은 파월 국군의 원 목적과는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영내에의 추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것은 사실상의 캄보디아 파병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이 캄보디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전선을 확대할 때 북괴는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도발을 격화시킬지도 모르며, 주월 국군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펼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군원을 종용하면서도 주한 미군의 감축을 계속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캄보디아에 대해 군원을 제공하기에는 그 어느 경우에도 벅찬 것이 있다고 하겠으며, 군원 문제에서 제기되는 행정적인 조건을 해소하고 그것을 보완할만한 보장은 지금으로서는 발견할 수가 없다.
군원에 관한 한, 정부는 한국의 능력과 한국이 직면한 정세는 물론 명분과 조건에 비추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미국에 대해서는 물론 관계국에 납득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의 지원과 협조는 당면해서 국교 정상화에 따라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서로의 사정을 파악하면서 비군사적 지원에 치중하는 것이 최대 최선의 길임을 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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