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심윤택<보사부 사회국장>|호적 없는"연장고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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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성도 이름도 없는 어린이들에게 성과 이름을 지어주고 태어난 곳을 찾아 호적을 꾸며주기 위한 일이 10여년이상 계속되어 이제는 전국 고아원에 수용된 6만3천여 고아 가운데서 90%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제 나머지 6천여명에게 호적을 찾아주면 호적 찾아주기 사무는 일단락 짓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현재 수용중인 이 고아 이외에 약 6만명의 연장고아들의 호적이 없이 사회에 진출해 있고 작년에 실시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연장고아는 호적 찾아주기 사무가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나이가 차 수용시설을 나가게 되었고 사회에 나가자 누구도 돌보지 않아 결국 이름도 성도 없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하루 빨리 호적을 꾸며주는 것이 이들을 선도, 보호하는 첫 걸음이다. 우리에게 고아의 문제는 6·25이후 지금까지 많은 난제를 안겨주어 왔다.
6·25 때 북한에서 남하하다 부모와 헤어진 어린이, 피난도중 태어나 버려진 어린이등 당시 8백만명의 피난민이 있었을 때에 우리에게는 약 15만명의 고아가 있었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이 고아들은 법정 연령인 18세를 넘어 수용소에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사회에 나갔지만 태어난 곳, 성, 이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대개 20세이상 되어 법적인 의사 능력이 있어서 자기 힘으로 호적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됐는데 이들과는 달리 요즘에도 이름 없는 어린이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사회 윤리의 문제로 전쟁고아와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고아원에 있는 수용아 중 이름 없는 6천여명은 불륜관계에서 오는 사생아·기아가 대부분이다.
고아원측은 이들에게 원장의 성을 따고 고아원 소재지를 출생지로 하여 호적을 꾸며주고 있지만 사회가 안정된 지금 고아가 늘어나는 현장을 그대로 두고 무턱대고 이름을 달아주는 뒤치다꺼리만은 할 수 없는 싯점에 있다.
전쟁피해자인 연장 고아들에게는 빨리 키워준 곳에서 이름을 달아주고 새로운 기아의 발생을 막아 이름 없는 어린이가 없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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