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타임 수요 줄일 가스 냉방 시스템 확대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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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08면

전력난의 근본적 해결은 장기적인 과제다. 공급 확대에 시간이 걸린다. 반면 당장 피크타임의 전력난을 해소할 대안이 있지만 보급은 더디다.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너무 싸다 보니, 대체 기술이나 제품의 개발과 보급이 쉽지 않은 게 원인이다.

전력난 해결, 대안은 없나

 여름철 전력 피크 때 효과가 높은 대안 중 하나인 가스 냉방 시스템이 좋은 예다. 가스 냉방은 냉매를 순환시킬 때 전기 모터가 아닌 가스 터빈을 쓴다. 대형 건물이나 빌딩·병원·학교 등에 쓸 수 있다. 가정용도 보급되는 일본과 달리, 전기요금이 싼 국내에서는 가정용이 가격 경쟁력이 없어 생산되지 않는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냉방 전력 수요는 여름철 전력 수요의 23.7%나 된다. 가스 냉방이 보급되면 여름철 피크타임의 전력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설치된 가스 냉방 시스템이 아낀 전력량은 지난해 기준 190만㎾로 전체 냉방전력(1776만㎾)의 10.7%나 된다.

  빙축열 냉방시스템도 대형 건물에 적합한 설비다. 전기요금이 싼 심야에 얼음을 얼려 두었다 낮에 냉방에 쓰는 방식이다. 일부 대기업과 백화점 등에 보급돼 있다. 서린동 본사 사옥에 빙축열 냉방시스템을 설치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연간 전기료 3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고, 피크타임 냉방에 구애받지 않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보급은 더딘 편이다. 가스 냉방시스템의 경우 일본의 보급률이 23.3%(2011년 기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7%(2012년)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 냉방 시스템이 전기제품보다 약간 비싼 데다, 운영할 때도 비용이 10% 이상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스공사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가스공사가 올해 책정한 보조금은 50억원. 하지만 6월 말까지 신청 금액이 68억원이 넘어 올해 분이 이미 소진됐다.

  정부는 6월 말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바꿔, 1000㎡ 이상의 신축 공공건물에 대해 가스냉방 설치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등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2020년까지 가스 냉방 보급률을 일본 수준인 20%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턱없이 부족한 민간 자가발전의 보급도 시급한 과제다. 일본의 경우 전체 전력량 중 민간 자가발전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1%에 달한다. 반면 국내의 자가발전 용량 비율은 4.9%. 그나마 포스코 한 회사의 자가발전 설비가 이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다른 기업은 거의 시설이 없는 셈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일본은 가스나 등유로 직접 발전하는 것과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사서 쓰는 것과의 비용 차이가 적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사서 쓰는 게 훨씬 싸기 때문에 기업이 좀처럼 자가발전 설비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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