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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환자, 폭염 때 한낮 외출 삼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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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18면

고려대구로병원

폭염의 기세가 무섭다. 말복이 지났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여전히 섭씨 30도를 웃돌고 있다.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염은 의학적으로 심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조그만 일에도 쉽게 짜증 내는 일이 잦다. 신체 건강도 악화시킨다. 가만히 있어도 피곤하고 축 늘어진다. 심근경색·뇌졸중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심장이 혹사당해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사진) 교수에게 여름철 폭염 대처법과 심장 건강에 대해 들었다.

한여름 건강 관리: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

 -폭염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어떻게 움직이나.
 “체온 조절 시스템을 가동한다. 인체는 더위를 느끼면 몸 밖으로 땀을 배출하고, 피부 말초 혈관으로 혈류량을 늘린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폭염에 너무 오래 노출됐을 때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서 부작용이 나타난다.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면서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껴 쓰러진다. 심하면 헛소리를 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진다.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바로 수분을 보충하고 열을 식히지 않으면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

 -폭염에 약한 사람이 있다면.
 “노년층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 때문에 신체 열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땀샘이 줄어 열을 몸 밖으로 발산하는 체온 조절 기능도 떨어진다. 조금만 더워도 갑자기 체온이 높아진다. 요즘처럼 폭염이 잇따를 때 더 조심해야 한다. 강한 햇볕과 열기 때문에 더윗병(열탈진·열사병·일사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더위로 혈압·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 심근경색·뇌졸중으로 돌연사 위험도 높아진다. 올해에만 벌써 10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윗병 치료는.
 “체온을 39도 이하로 낮추면서 부족한 수분을 보충한다. 외부에서 활동을 하다가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거나 어지럼증·무력감을 느꼈다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활동을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곳에서 10~2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이를 방치하면 열탈진→일사병→열사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럴 땐 몸 위에 미지근한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어 체온을 낮춘다. 넥타이나 위쪽 단추를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알코올을 몸에 뿌려 시원하게 하는 것은 오한으로 열 발생을 초래할 수 있어 피한다. 만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 빨리 병원 응급실로 옮겨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

 -폭염이 돌연사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심장은 더위에 약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과 전해질이 배출된다. 혈액이 평소보다 농축돼 피떡(혈전)이 많이 생긴다. 핏줄을 타고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혈관을 막을 수 있다.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생긴다. 평소 고혈압·당뇨병·뇌졸중·협심증·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폭염 그 자체가 건강 위협 요인이다. 미국심장학회에서도 기온이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여름철 폭염 대응법을 소개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는 것이다. 폭염이 심한 한낮(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에는 외출을 삼간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한다면 가볍고 밝은 소재의 옷을 입는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차단하고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신발은 땀을 잘 배출하는 샌들을 신는다. 자외선 차단에도 신경을 쓴다.
 실내에선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기로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실내 온도는 26도 정도가 적당하다. 외부와의 기온이 5~6도 이상 심하게 차이 나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가스레인지나 오븐은 집 안 온도를 높일 수 있어 사용을 자제한다. 샤워를 할 때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찬물은 중추 신경을 자극하고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켰다 확장시켜 오히려 체온을 높인다. 낮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으로 햇빛을 가린다. 담배도 삼간다. 니코틴은 심혈관을 수축시켜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물 대신 소금을 먹어도 괜찮나.
 “우리나라에선 김치·젓갈·장류 섭취가 많아 굳이 소금을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소금 과다로 혈중 염분 농도가 높아져 갈증·어지럼증·구토를 야기할 수 있다. 심장에도 무리를 준다. 땀으로 부족해진 전해질은 채소·과일을 통해 보충한다. 여름엔 하루 8잔 정도 물을 마시는 습관을 기른다.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수분·전해질 보충에 효과적이다. 물은 한꺼번에 마시기보다는 1~2시간에 한 잔씩 마신다. 수분 보충을 위해 커피나 술을 마시는 일은 삼간다. 오히려 이뇨작용 촉진으로 소변량을 증가시켜 수분을 빼앗는다.”

 -운동을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던데.
 “몸이 더위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일주일 정도가 적당하다. 첫째 날은 20분 정도만 가볍게 운동한다. 이후 조금씩 운동 시간과 강도를 늘려나간다. 가능하면 폭염이 심한 낮보다는 아침이나 저녁에 운동한다. 야외보다는 실내 운동을 하는 것도 대안이다. 땀이 증발하지 않는 땀복은 피한다. 체온을 높여 더윗병을 유발할 수 있다.”

 -폭염으로 잠을 자기 힘들 때는.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열대야로 쉽게 잠들지 못한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잠이 오길 기다린다.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늦게 잠들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수면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에어컨·선풍기 바람을 밤새 직접 쐬면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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