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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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말할 때, 전쟁은 금방 끝나고 전쟁에 의한 기름값 상승도 일시적일 것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이 가정이 틀린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전쟁이 이리저리 1년 이상을 끌거나, 사담 후세인이나 그에게 동정적인 측이 전쟁 중에 중동산 석유의 유출을 상당한 수준으로 막는다면, 유가는 배럴 당 40달러에서 50달러까지 뛰어 상당 기간 같은 수준을 유지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가의 경제적 충격을 측정한다. 유가 상승이 1년 이상 지속되면 배럴 당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가장 광범위한 경제 척도인 국내총생산(GDP)는 약 0.4%포인트 줄어들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소비자가격지수(CPI)는 약 1%포인트 상승한다.

그러나 이런 경험에 의한 법칙은 오직 진공 상태의 경제에나 적용된다. 미국의 현실을 보자. 경제는 엉망진창이고 아직 2001년 3월에 시작한 경기 침체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해 테러 공격을 받았고 1백5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유가가 50달러로 올라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히 연 GDP 성장율 0.8%포인트의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던 와인 에이어스 플리트 보스톤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미국 경제는 전쟁이나 지속적인 유가 상승 같은 내외부의 충격에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가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모형과는 반대로, 모든 소비자 가격이 유가와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가솔린과 난방용 기름 가격은 분명히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타 업계는 적어도 처음에는 이익폭을 줄이며 사업 비용 증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메릴 린치는 화요일(현지시간) 원유가 상승에 따라 룐델 케미컬과 밀레니엄 케미컬 등 석유화학 기업들의 2002년 후반기 수익 예상치를 낮춰잡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산업은 고유가에 가장 민감할 것이다. 항공산업에서 제트연료는 두 번째로 큰 비용이다. 항공사들은 주기적으로 연료값 상승분을 항공권에 반영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올린다면 고객이 감소할 수 있다.

밀러 에어 그룹의 항공산업 컨설턴트 마이클 밀러는 "항공권 가격을 20달러 이상 추가 인상한다면 승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의 시나리오 하에서는 항공산업이 일시적인 유가 상승을 견딜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상승은 많은 항공사들을 파산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웰스 파고 앤 컴퍼니의 손성원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배럴 당 10달러의 유가 인상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에너지 이외의 부문에서도 생산 비용 증가가 반영돼 소비자 가격을 0.2%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

손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것이 실질적으로 에너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제에 파장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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