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높은「터치」…다듬어진 기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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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년만에 갖는 백락호씨의 이번 독주회(21일·서울 시민회관)는 그에 대한 청중의 갈증을 풀어주었고, 봄볕처럼 소담스런 정분조차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이미 그의「터치」는 순도높은 활성소를 지녀온 터이지만 다시금 고루어진 기교는 중후한 정신과의 멋진「콘트라스트」를 이룸으로써 연주가로서의 양식을 재인식 받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우선「아카데미」한「레퍼터리」에서도 의욕이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시종 안정감을 추는「테크니트」와「매너」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간혹 집착에서 온듯한 독단적인 해석과 일방적인 직설로 인한 설득력의 빈곤은 아쉬웠지만 역시「다이내믹」한 저력은 믿음직스러웠다.
그런점에서「바르톡」의『모음곡』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비화를 들은 기분이었지만「베토벤」의『달빛』「소나타」에서는 어딘가 긴장이 감도는 영감이 아니었나하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청중이 갖고 있는 기성곡상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군중심리에 묻혀 버린 결과에 지나지 못했다. 그러나 작품에 따라 색상이 선명했고 무엇보다「리스트」의 유연한 음혼을 설렘없는 소리로 읊은 예지와 구태여「라벨」의 힘을 빌지 않은「무소르그스키」의 음화 한폭한폭 마다 성의있게 선명해준 다양한 표현력은 푸짐한 갈채를 받았다. 여하간 긴 침묵안에 간직되어 온 그의 음악에 취해볼 수 있었던 것은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 <김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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