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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영장 … 전두환 자녀에게 비자금 '맞춤형 이전'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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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두환(82)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가 사전 계획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자녀들에게 재산을 이전한 정황이 담긴 문서들을 검찰이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14일 이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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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수사팀(팀장 김형준)은 최근 이씨와 주변 인물들의 주거지·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씨가 자금 운용계획을 적어놓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이 장부에는 이씨가 차남 재용(49)씨가 추진 중인 서울 서소문 개발사업에 자금을 댄 것을 포함해 전 전 대통령 자녀들과 거래한 내역, 계획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 추적을 통해 자금 거래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가 1980년대 말부터 수백억원대의 무기명채권과 현금 등 ‘전두환 비자금’을 차명계좌를 통해 분산 관리해 왔으며 이 중 일부를 현금화했음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씨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전 대통령 자녀들에게 각자 상황에 맞게 재산을 이전해 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씨가 경기도 오산 땅 130만㎡ 중 40만㎡를 2006년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게 28억원에 넘기고 재용씨가 이를 미등기 전매해 약 3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씨는 지난 12일 검찰조사 과정에서 “아버지(전 전 대통령의 장인 고 이규동씨) 등 가족들과 상의해 조카들에게 재산을 넘겨준 것은 맞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매형(전 전 대통령)이 준 돈의 일부가 재산에 섞여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며 이를 조카들과 누나를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전 전 대통령이나 전 전 대통령 자녀들과 사전에 재산 이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모의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14일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긴급체포한 조경업체 청우개발 대표 이재홍(57·전 전 대통령의 누나 아들)씨와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A씨를 상대로 또 다른 차명(借名) 재산이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청우개발 설립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체포시한이 15일 정오까지인 이들에 대해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추징금 일부를 자진 납부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 전 대통령 측은 최근 가족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으며 미납 추징금 1672억원 가운데 어느 정도를 내야 국민적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특히 이미 검찰이 추징금 환수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한 만큼 추징금을 내더라도 수사가 즉각 중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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