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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조카 회사 압수수색 이틀 전 서둘러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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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57)씨가 운영하는 조경업체 청우개발은 지난 13일 검찰이 압수수색하기 전까지만 해도 존재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본지가 14일 이 회사 본사가 입주해 있던 서울 서초동 S빌딩 201호를 찾았더니 현장에선 원상복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전두환 비자금’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앞서 청우개발은 지난 11일 사무실을 이전했다. 1996년 이곳에 둥지를 튼 지 17년 만이었다. 이사는 갑작스러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수사팀(팀장 김형준) 수사관 두 명이 13일 압수수색을 하려고 이 사무실에 왔다가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씨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서둘러 이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일 압수수색에 착수한 직후 이씨를 긴급 체포한 것도 증거 인멸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청우개발은 2010년 매출 1185억여원, 순이익 36억원을 올린 대형 사업체다. 하지만 법인이 아닌 개인 과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인이 되면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사내이사 및 감사 등을 임명해야 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0년대 초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서울 한남동의 부동산을 사 뒀다가 2011년 60억원에 매각, 대금을 전 전 대통령 측에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의 서울 한남동 고급빌라 3채를 관리하고 장남 재국씨 소유의 고가 미술품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조경시설물 설치 공사를 주로 하는 청우개발은 88년 설립됐다. 삼성물산·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의 주요 협력업체로 아파트 조경공사를 집중 수주하며 업계 1위로 성장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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