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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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약 3백 명 학생의 가방 짐 무게를 쟀더니 재미난 숫자가 나타났다. 국민학교 1∼3년 생은 평균 2·5㎏, 4∼6학년생은 2·9㎏, 중학생은 4·3㎏, 고등학생은 4·7㎏, 의과대학생은 5·7㎏무게의 가방 짐을 운반하는 것이었다. 국민학교부터 점점 학교 급수가 높아지는데 따라 가방 속에 든 책이 많아졌음을 여실히 나타내고 공부 양이 ㎏으로 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두 서너 권의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는데 공부량을 애교 있게 표시하였다고 보겠다. 우리나라 학생의 체력과 이들이 운반하는 가방 짐의 크기를 연관시키면 교육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체력의 기초는 신장-체중 관계인데, 우리나라 현황은 7세(국민교 2년)에 117·6㎝-20·6㎏, 10세(국민교 5년)에 l32·0㎝-27·3㎏, 12세(중 1년)에 143·0㎝-33·2㎏, 13세(중 2년)에 150·3㎝ -38·4㎏, 17세(고 2년)에 167·9㎝ -56·4㎏, 20세(의과대학 1년)에 168·5㎝-56·8㎏이다.
앞서의 가방 짐 무게를 이들의 체중에 대비하면 국민학교 2년생이 12·0%, 국민학교 5년생이 10·6%, 중학 1년생이 13·8%, 중학 2년생이 11·2%, 고교 2년생이 8·3%, 의과대학 1년생이 10·0%에 해당하는 큰짐을 손에 들고 운반한다.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무게의 짐을 손에 들고 걸을 때 시속 4㎞로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으며, 따라서「에너지」소비량도 짐이 없을 때와 거의 같으나 시속 5·5㎞ 쯤 즉 빠른 걸음으로 걸었을 때는 짐이 없을 때에 비하여 1·9배 가량으로 증가한다. 학생의 통학에 있어 걷기를 권장하나 실제로는「버스」이용이 대부분이므로「에너지」소비량은 그리 증가되지 않는다.
짐이 없는 상태가 걷기에 제일 좋지만 학생에겐 가방이 불가피 하므로 가방 생리학적으로 효율이 좋은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중학생 연령은 성장이 폭발적으로 왕성한 때라 이 시기의 체력 증진에 대한 세심한 조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학에 새로 입학한 아이들이 자기 몸무게의 14%나 되는 큰짐을 손에 들고 고생하는 모습은 애처롭기도 하며 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6·25 동란 때 미군이 일선에서 보급할 때 지게가 아주 편리하고 효율적임을 깨닫고 많이 사용하였는데, 우리나라 중학생은 책가방 대신 배낭을 지도록 할 것을 주장한다.「버스」안에서 배낭은 손에 들었다가 걸을 때 등에 지도록 하면 교통전쟁에 대한 대비책도 될 것으로 안다.
남기용<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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